[한경에세이] 참기름 두 병 .. 최송목 <한국교육미디어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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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m@case.co.kr
"저어…사장님 이거 저희 어머니가 고맙다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 대리가 내 책상앞에 서 있었다.
신혼여행에서 갓 돌아온 그녀 손에는 신문지로 투박하게 포장된 꾸러미가 하나 들려 있었다.
빈손으로 오기도 뭣해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짜주신 참기름 두 병을 들고 왔단다.
우리는 살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선물을 주고받는다.
지난일이 고마워 감사의 뜻으로 주기도 하고,앞으로 있을 일에 대비해 과한 선물을 해 청탁성 뇌물이 되기도 한다.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을 앞두고 협력업체에서 선물을 보내오기도 한다.
솔직히 순수한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에 고맙다기보다는 부담이 더 크다.
물론 나 자신도 여기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선물에 대한 동·서양의 감각 차이도 있는 듯하다.
최근 외국인 친구에게 작은 도움을 준 적이 있었다.
그 일이 있은 얼마 후 이 친구가 고맙다는 말과 함께 근사한 선물을 준비했다고 몇 번이나 강조하더니 조그마한 선물꾸러미를 하나 내밀었다.
포장을 풀어보니 등산용 나이프였다.
사은품 수준의 그 선물이 그 친구에게는 대단한 것으로 생각되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선물을 받는 마음이 이보다 편할 수는 없었다.
선물과 뇌물의 차이는 뭘까.
선물은 물의 흐름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힘있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에게,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주는 정표가 진정한 선물이다.
거꾸로 수주업체가 발주업체 직원에게 바치는 것은 십중팔구 뇌물이다.
부하직원이 상사에게 건네는 것도 뇌물성인 경우가 많다.
선물은 마음의 징표다.
어떤 선물을 건넨다면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고 '정성'을 담아야 한다.
선물과 뇌물의 구분을 두고 논란이 많지만 주고받는 두 사람의 마음 속에는 이미 선물과 뇌물의 기준이 서있게 마련이다.
값이 비싸고 싸고의 문제는 아닐 듯하다.
이 대리가 건네고 간 참기름 두 병은 돈으로 치자면 보잘 것 없을 테지만 딸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정성이 담뿍 담긴 것이다.
거기에는 딸을 잘 부탁한다는 마음도 담겨 있을 것이다.
살면서 선물과 뇌물을 잘 구분하는 것도 삶의 지혜이고,다른 사람의 정성을 좋은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도 일종의 배려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