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경기상승에 대한 전망이 맞물리며 채권시장이 짙은 관망세에 빠져들었다. 특히 목요일 금융통화위원회 4월중 정례회의를 앞두고 한국은행 박승 총재의 '안정우선론' 취임사 이후 통화정책기조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시장의 눈이 집중돼 있다. 3일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2002-1호 수익률은 전날보다 0.01%포인트 낮은 6.52%를 나타냈다. 국고채 5년물 2002-2호는 7.12%로 전날과 같았다. 통안채 2년물이 6.40%에 거래되는 가운데 회사채 3년물 AA- 등급 수익률도 7.21%로 전날보다 0.01%포인트 상승했다. 유화증권의 권교인 채권팀장은 "미국 금리가 내려 개장초 반짝 하락한 뒤 오전 내내 관망 분위기"라며 "전경련 BSI가 140대의 최고치 수준이고 국제유가도 올라 거래도 뜸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전경련이 업종별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4월중 140.8을 기록, 지난 3월 141.9의 사상최고치를 넘지는 못했지만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국제 유가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설이 난무하며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5월 인도분이 장중 28달러를 돌파하는 등 6개월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목요일 금통위를 앞두고 신임 박승 총재 체제의 통화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다. 팔자와 사자가 눈치를 보는 가운데 금리인상 여부, 금리인상 시기, 정책기조, 정부의 태도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형 투신사의 펀드매니저는 "국내 경기가 상승국면에 진입하면서 이제 통화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내일 금통위가 박승 총재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말 한마디조차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박승 총재는 지난 2일 취임사를 통해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현 시기를 성장보다는 안정에 우선할 때라고 밝힌 바 있다. 시티살로먼스미스바니(SSB)증권이 박승 총재의 발언에 주목하며 '금리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한국은행 총재 취임사에서 한국은행의 독립성이나 물가안정을 강조하지 않은 적이 있었느냐는 견해를 피력하며 정부의 '금리인상 시기상조론'이 제동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도 부동산 등 일부 과열을 인정하는 상태이고 가계대출 부실 우려감 속에서 경기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또 진념 부총리가 '경기도지사' 출마설에 연루되는 등 정부 내 '정치바람'의 와중에 한국은행의 상대적 자율성이 좀더 제고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 악재'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수급 악재'가 가세될 것이냐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는 게 채권시장의 분위기다. 대투증권의 최도영 채권팀장은 "경기와 유가 상승 등 수급을 제외하고는 채권시장에 도움이 되는 재료가 거의 없다"며 "통화정책기조에 따라 수급마저 타이트해지는 게 아니냐는 경계감이 크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