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에 대한 미국의 불만수위는 작년과 비슷해 올해 한.미 통상마찰이 예년보다 격화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2일 의회에 제출한 연례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대한(對韓)통상문제와 관련, 특별히 새로운 이슈는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동차시장의 폐쇄성을 강조했다. 이에따라 자동차가 올해 한.미 통상 현안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USTR는 이와함께 "세계적으로 비관세 장벽이 증가하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제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앞으로 교역상대국들에 대해 일방적인 제재보다는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무역분쟁을 처리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한국 부문 =USTR는 26쪽의 한국관련 보고서에서 폐쇄적인 자동차시장, 불투명한 규제, 지식재산권보호 미흡, 스크린쿼터 문제 등에 대해 불만을 표명했다. 먼저 자동차분야에서는 한국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수입자동차의 한국시장 점유율이 0.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8%의 관세폐지 △특소세등 관련 세제의 단순화 △표준및 인증관련 현안의 해결 △수입반대 풍조 등 소비자인식 개선 노력을 한국측에 주문했다. 지난해 USTR는 수입관세를 미국 수준(2.5%)으로 낮추도록 촉구했다. 이에반해 올해는 8%의 수입관세 철폐를 요구함으로써 자동차문제를 한.미통상의 최대 현안으로 부각시킬 것임을 시사했다. 불투명한 규제와 관련, 수입식품 검사의 관련서류가 복잡하고 통관업무가 지나치게 지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규 품목의 경우 다른 아시아국가들의 경우 평균 통관소요 기간이 3~4일에 불과한 반면 한국은 10~18일로 아시아에서 가장 길다고 주장했다. 지식재산권 분야에서는 저작권법과 컴퓨터보호법 등 관련 법규의 개선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으며 해적판 소프트웨어에 대한 단속도 미진하다고 밝혔다. 한국영화상영을 의무화한 스크린쿼터제는 미국영화수출에 장애가 되는데다 한국영화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 주요 시장에 대한 평가 =보고서는 한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모두 52개국과 3개권역의 '무역장벽'을 분석하고 있다. 로버트 죌릭 USTR 대표는 이날 보고서를 의회에 보내면서 "관세및 비관세 무역장벽 제거를 위해 범세계적으로나 지역적, 쌍무적으로 다양하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국가별 분석에서 가장 많은 45쪽을 할애한 일본에 대해 "구조적 경직성, 과다한 규제 및 시장진입 장벽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35쪽이 할애된 EU의 경우 "미국산 쇠고기규제가 10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항공기산업에 대한 당국의 보조도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년간 미국이 가장 많은 무역적자를 기록한 중국의 경우 29쪽이 할애돼 위생기준, 모호한 규정, 자동차관세장벽 및 불법복제에 대한 단속 미흡 등이 지적됐다. 이정훈 기자.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