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바꿔야 '경제'가 산다] 3부 : (3) 정치자금 완전공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호주 선거관리위원회의 인터넷 사이트(http;//www.aec.gov.au)에 들어가 'ANNUAL RETURNS'를 클릭하면 호주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내역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예컨대 이 사이트의 'SUMMERY'를 치면 웨스트팩 뱅킹, AMP, 메리튼, 프랫 홀딩스 등 호주의 유명기업들이 낸 정치자금 규모가 뜬다.
웨스트팩 뱅킹은 2001년 5월22일 자유당에 10만달러(1호주달러당 약 7백원), AMP는 2000년 12월14일 노동당과 자유당에 각각 5만달러를 냈다는 기록이 나온다.
호주정부는 개별 정치인에게 2백호주달러(약 1백40만원), 정당에 1천달러 이상 기부할 때는 반드시 기명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선관위는 이를 정당으로부터 통보받아 인터넷 홈페이지에 낱낱이 밝히고 있다.
사우즈 웨일즈 주 피터 웡 상원의원은 "호주에선 정치자금의 수입과 지출이 유리알 같이, 철저하게 국민에게 공개된다"면서 "한마디로 'Open secret(비밀은 없다)'라고 할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허위신고는 있을 수 없다는게 웡 상원의원의 설명이다.
호주 회계감사위원회(한국의 감사원에 해당) 덴젤 본 기업회계 담당국장은 "기부뿐아니라 지출내역도 영수증을 반드시 첨부해야 한다"면서 "선관위와 회계감사위가 기부자에 대해 엄격한 현장실사를 실시하고 의원 개개인을 상대로 관련 내용을 확인하는 인터뷰까지 한다"고 밝혔다.
한국인 출신으론 처음으로 지난해 시드니 시의원에 당선된 남기성씨는 "한국은 정치인들에겐 천국이나 마찬가지"라며 "여기서 정치하려면 적어도 돈에 관한한 발가벗는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기부금 총액만을 선관위에 신고하는 우리나라 상황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우리 국민들은 어느 정당, 정치인이 언제 누구로부터 얼마나 받았는지 알 길이 없다.
정치자금의 구체적인 내역은 정치인들의 '비밀중의 비밀'이다.
더욱이 정치자금법상 정치인이 8촌이내의 혈족이나 4촌이내의 인척, 정당으로부터 받은 돈은 신고대상이 아니다.
거액의 '검은 돈'이 오갈 수 있는 틈을 주고 있는 셈이다.
영국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는 우리의 반면교사다.
영국의 경우 개인이나 기업이 연간 특정 정당에 5천파운드 이상, 지구당에 연 1천 파운드 이상 내는 기부금에 대해 정당은 반드시 이를 공개해야 한다.
일본은 5만엔 이상 헌금한 개인이나 단체의 이름을 밝히고 있다.
미국도 각종 공직선거 후보자들은 자신들에게 돈을 준 모든 정치활동위원회와 정당을 공개해야 하며, 한햇동안 2백달러 이상 기부한 개인도 밝혀야 한다.
수표로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선진국들은 이처럼 모금에서부터 사용 후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독일 자유베를린대 클링게만 교수는 "정치 부패 발생의 근본 원인은 정당이 기부금을 숨기는데서 비롯된다"면서 "이에 대한 정보를 일반인들이 알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치자금 투명성의 첫 걸음이다"고 주장했다.
정치자금 공개는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무엇보다 거액헌금이 줄어든다.
호주 시드니 대학 로드 티픈 교수는 "거액헌금이 일반국민들에게 알려지면 정치적인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게 된다"며 "호주정당들은 거액 기부금을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치자금 내역 공개는 유권자들로 하여금 지지여부를 결정짓는 잣대가 되고 있다.
티픈 교수는 "정치인은 자신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해 주고 있는 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밖에 없다"며 "정치자금 공개가 이뤄지면 유권자들은 어느 후보가 어느 기업 또는 노조로부터 얼마의 돈을 받아 그들을 위한 정책을 어떻게 수행했는지 확인,선거에서 지지하거나 반대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캔버라(호주)=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
-----------------------------------------------------------------
< 특별취재팀 > 김영규 정치부장(팀장) 오춘호 김형배 이재창 홍영식 김병일 김동욱 윤기동 기자(정치부) 고광철(워싱턴) 특파원 강혜구(파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