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주택업계가 지난 2년여동안 가파르게 오름세를 보였던 아파트 분양가의 거품빼기에 들어갔다. 정부가 지난 2일 분양가를 간접규제키로 결정한데 이어 4일에는 20개 대형주택업체 대표들이 분양가 인상을 자제키로 결의할 예정이다. 때마침 국세청도 아파트 기준시가를 대폭 상향조정한 내용을 발표,기존 아파트값의 안정을 위한 조치를 취했다. 정부와 업계의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이 상승세가 한풀 꺾인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다. ◇분양가 규제의 배경=건설교통부는 지난 1월부터 주택정책의 초점을 주택경기 부양에서 수요억제와 집값안정 쪽으로 맞췄다. 그동안 시장자율에 맡겨온 아파트분양가에도 칼을 대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2일 재정경제부 건교부 국세청 서울시 등 관계부처가 모여 아파트 분양가를 간접규제하기로 결정했다. 분양승인권을 갖고 있는 일선 구청장으로 하여금 업체들이 적정한 수준의 분양가를 산정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과도하게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업체에 대해서는 관련자료를 국세청에 넘겨 법인세를 물리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지난 99년1월 정부가 분양가 제한을 폐지한이후 처음으로 가격에 제한을 가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어서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시가 1일 분양가를 규제하겠다고 밝힐 당시 미온적 반응을 보였던 정부 관계부처들이 하루만에 입장을 바꾼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시가 1일 구청의 분양승인권을 활용해 업체들의 분양가 인상을 단속하고 말을 듣지 않는 업체명단과 과세자료를 국세청에 통보하겠다고 밝힐 당시만해도 건교부 등 관계부처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춘희 건교부 주택도시국장은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규제하면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수요가 몰려 청약시장이 과열되는 등 부작용이 크다"며 반대했다. 재정경제부와 국세청도 그동안 사전협의를 통해 결정하던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관행이 깨졌다며 서울시의 전격적인 발표를 못마땅해했다. 하지만 이들 정부 부처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서울시의 건의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법적인 절차와 실효성을 꼼꼼히 따져볼 겨를도 없이 정부와 지자체가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정부관계자는 "서울시의 방안은 분양가의 적정여부를 판단할 객관적인 기준이 애매해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곤란하지만 분양가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면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받아들이자는 것이 대세였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장 및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집값에 얼마나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를 확인해 주는 대목이다. ◇고강도의 추가대책 나올수도=건교부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주택업계를 고강도로 압박하고 있다. 대형주택건설업체 모임인 주택협회가 4일 모임을 갖고 '분양가인상 자제 결의문'을 발표키로 한 것도 이로인한 산물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분양가 결정을 시장자율기능에 맡기겠다는 것이 정부 원칙이지만 지나친 폭리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분양가의 오름세가 수그러들지 않을 경우 고강도의 대책을 추가로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점이다. 유대형 기자 yoo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