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결산 법인들의 지난해 경영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스닥 등록법인 6백82개사 가운데 27%인 1백84개사가 적자를 냈다는 것은 여간 걱정스런 일이 아니다. 극심했던 IT(정보기술)산업 불황이 적자의 주요 배경이지만 기술력을 생명으로 삼는 기업의 불황대처 능력이 이처럼 취약하다고 한대서야 기업은 물론 증시의 장래도 낙관하기 어렵다. 벤처기업의 취약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코스닥 등록기업 가운데서도 굴뚝산업이 주종인 3백12개 일반기업은 1천2백39억원의 흑자를 낸 반면, 3백55개 벤처기업은 3천10억원의 적자를 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 면에서도 일반기업이 1천원어치를 팔아 71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반면 벤처기업은 30원을 남기는데 그쳐 저조한 수익력을 드러냈다. 벤처기업의 실적이 이처럼 악화된 데는 여러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던 유가증권 투자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한 영향도 있다. 그러나 경쟁력의 원천이자 벤처기업의 본업이라 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소홀했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의 각종 벤처 비리와 편법 해외CB발행,유행처럼 번진 A&D(인수후 개발)등에서도 드러났듯이 주력사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보다 재테크에 열중했던 것이 벤처기업의 현주소이고 보면 이처럼 저조한 성적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이기도 하다. 벤처기업이 경쟁력으로 승부하지 않는 한 경기가 회복돼도 이익창출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업의 수익성 향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도 크게 올랐지만 이익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주가가 거품으로 변하게 되는 것은 뻔한 이치다. 기업과 증시가 선순환구조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도 벤처기업의 주력사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는 서둘러야 할 과제다. 상장사라고 해서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거래소시장의 5백14개 12월법인의 순이익은 적자규모가 5조7백35억원에 이른 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전년보다 25.1%가 늘어났으나 순이익 창출이 유통·서비스 자동차 통신 등 내수쪽에 치우친 것은 문제다.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외형성장과 수익성이 뒤떨어진 것은 취약한 국제경쟁력에서 비롯된 만큼 더 한층 역점을 둬야 할 대목이다. 상장사의 부채비율이 1백25.93%로 전년보다 24.57%포인트 낮아지는 등 지속된 구조조정으로 재무안정성이 높아진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재무건전성이 지나치게 강조된 나머지 기업의 성장활력이 떨어지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