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선 삼성 아줌마로 통해요" 서울 중랑구 묵동에 사는 신영숙(49)씨는 전업주부지만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 서울지사 리더스지원팀이라고 새겨진 명함을 갖고있다. 신씨는 13년째 삼성전자 주부판매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7년째 연간 1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정해진 출퇴근 시간 없이 짬짬히 틈틈이 판매에 나서기 때문에 주위에선 그가 삼성전자 소속 영업사원인 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신씨는 "89년 우연히 알게된 그룹장의 권유로 가전제품 판매를 시작했는데 처음엔 솔직히 열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평범한 주부였다는 설명이다. 처음엔 가전제품을 사겠다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면 대리점과 연결시켜주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2~3년이 지난 후 상품 설명에 재미를 느끼면서 숨겨진 근성을 발견하게됐다. 자신만의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언제나 가방속에 제품 카다로그와 줄자를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고객이 냉장고나 세탁기를 주문하면 집으로 찾아가 놓을 위치를 보고 적당한 용량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배달할 땐 기사에게 전화해 배달 시간을 재확인하고 사용중 불편한 점은 없는지 주기적으로 확인 전화를 한다. 특히 삼성캐피탈을 통해 할부금융으로 구입한 고객은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계좌번호를 보관해뒀다가 교체수요가 생기는 4~5년 후에 다시 전화하면 쉽게 재계약으로 이어진다고 신씨는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고 판매가 기본이기 때문에 고객에게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비싼 것을 팔겠다고 하면 안되고 고객 형편과 상황에 맞는 제품을 골라주는 세심함을 보여줘야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사실 큰 돈 벌겠다는 욕심은 없기 때문에 아이들 귀가시간 전엔 꼭 집에 들어간다"면서 "이 직업의 장점은 주부로서 역할에 소홀하지 않으면서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에 보탬이 될 수 있고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