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인은 머리가 좋고 토론을 잘하는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유태인이 두 사람 모이면 세 사람분의 의견이 나온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유태인의 이런 특성은 조기교육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흔히 말한다. 아이들은 돌이 지나면 부모가 침대맡에서 성경 탈무드 동화 등을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 소위 '베갯머리 이야기(bedside story)'인 셈인데 부모들은 이를 자신들의 의무이자 일과로 여겨,아이들은 4살이 되면 1천5백개 이상의 어휘를 소화해 낸다고 한다. 한창 말을 배우는 시기에 책에 나오는 무수한 단어를 접하면서 사고력과 어휘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부모들도 교육에 관해서는 유태인에게 결코 뒤지지 않을 듯 싶다. 그러나 교육방법은 전혀 다르다. 언제부터인가 조기교육의 열풍이 불면서 아이들은 학원 태권도장 수영장 등지로 내몰리고 있다. 심지어는 입도 제대로 떼지 못하는 아이에게 영어교육을 시킨답시고 하루종일 비디오를 틀어 놓아 '유아 비디오 증후군'환자가 늘고 있다. 또 자폐증 등의 정신질환과,읽기는 하나 언어를 이해 못하는 과잉언어증 유아들이 급증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영어발음을 능숙하게 시킨다는 이유로 어린아이의 혓바닥 아랫부분을 절개하는 수술이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내 자식만은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한다"는 부모의 강박관념이 초래한 부작용들이다. 조기교육의 관심은 신세대 부모일수록 크다. 과거와는 달리 자녀가 한 두명이어서 기대치가 큰데다,학습용 교재 제작업체들의 교묘한 상술까지 겹쳐 유아교육이 왜곡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교육열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나 교육 이전에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유태인들의 조기교육은 잠재력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엊그제 발표한 미국의 조기교육은 유치원에 들어가지 전에 읽기 쓰기 계산법을 익히도록 하는 최소한에 그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의 경우는 교육의 양이 넘쳐나고 있다. '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過猶不及)'는 말을 생각해봄직 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