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스스로를 '솔직하고 직선적'이라고 자평했다. 첫 금통위를 주재한 4일에도 거침없는 언행으로 주목을 끌었다. 조용한 시골선비 풍의 전임 전철환 총재와 달리 박 총재는 행원때부터 글재주와 말솜씨로 소문이 났던 터였다. 이날도 팔방미인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박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방향을 짐작하시겠죠"라고 운을 뗐다. 이어 "어제(3일) 금통위 발표문 초안을 보니 안되겠다 싶어 내가 오늘 직접 새로 썼다"고 말했다. 자신의 전공인 경제발전론을 토대로 지속가능한 경기회복의 '최소 필요 추진력'을 강조하는가 하면 '부력'이란 용어를 발표문에 넣었다. 이날 기자들의 귀가 번쩍 뜨인 말은 금통위 구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부분이다. 박 총재는 "금통위원이 재경부 출신이든 학계출신이든 일단 중앙은행에 왔으면 정부와 한은의 생각이 다를 때 한은의 입장에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지 않은 경우엔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시정하겠다"고 못박았다. 금통위원들의 프라이드를 감안하면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발언이다. 박 총재는 한은 독립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한은 독립을 위해 금통위원 선임절차를 손질해야 하고 한은의 예산승인권을 재경부가 갖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박 총재는 "진념 부총리와 만나 예산승인권 문제를 논의했다"면서 "한은 독립을 확실히 지키는 토대위에서 정부와 협조할 부분은 잘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 한은 임직원들이 올해 단 1명도 은행 등 금융회사로 나가지 못한데 대해 "금융회사의 내부인사와 경쟁할 수는 없지만 재경부 금감원 등과 경합한다면 형평 차원에서 자리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 노조가 오는 8일부터 신임 금통위원들의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기로 한데 대해 박 총재가 어떻게 설득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