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가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금리 인상 대비 발언으로 상승 전환하며 마감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4월 정례회의에서 콜금리를 현재의 4.00%로 동결하고 물가에 대한 코멘트를 늘렸다. 시장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지만 박승 총재의 직설적인 표현 자체가 시장에는 큰 부담이 됐다. 한때 5월 콜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떠돌면서 매도세가 급증했다. 그러나 5월 콜금리 인상은 너무 이르다는 주장이 다시 설득력을 얻었고 금리는 장 막판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대우증권의 구용욱 연구위원은 "통화정책 중립기조, 빈번한 물가 언급 등 이번 금통위 코멘트와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의 대부분은 이미 시장이 예상했던 수준이었다"며 "그럼에도 금리가 출렁인 것은 시장 심리가 그만큼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투자신탁증권의 유승곤 애널리스트도 "이미 금융회사는 듀레이션을 많이 늘리고 변동금리부 채권을 매수하는 등 금리 인상에 대비해왔다"며 "한은 총재 발언에 민감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 지표금리 6.5%대 상승 = 4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권 2002-4호 수익률은 전날보다 0.03%포인트 오른 6.52%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뉴욕 채권 금리가 중동지역 분쟁 격화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하락해 국내 금리도 하락 출발했다. 장 초반 6.44%까지 내려갔으나 오후 들어 급하게 상승했다. 3년 만기 2002-1호도 오전중 6.52%선에서 횡보하다 오후장에서 6.58%까지 급등했다. 만기가 더 짧은 2002-1호가 2002-4호보다 수익률이 높은 것은 지표물 선호현상, 유통물량 차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5년 만기 2002-2호는 전날보다 0.02%포인트 오른 7.15%를 기록했다. 오전중에는 7.07%까지 하락했었다. 회사채 수익률도 상승 마감했다. AA-등급 3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0.02%포인트 오른 7.24%를, BBB- 등급 수익률은 0.02%포인트 오른 11.25%를 각각 가리켰다. 국채 선물은 나흘 연속 하락했다. 6월물은 7만918계약 거래되며 전날보다 0.09포인트 하락한 102.51로 마감했다. 102.83까지 급등했으나 오후 들어 한때 102.44로 반락했다. 국채 선물 시장에서 투신사가 2,178계약 순매수한 반면 은행은 1,195계약, 증권사는 684계약 매도 우위를 보였다. ◆ 금통위 6월 이후 인상 전망 =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콜금리를 현 수준 4.00%로 유지했다. 설비투자 및 수출이 아직 부진한 상태이고 물가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그러나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통화 정책을 중립적으로 운용하겠다고 확실하고 밝히고 "시장은 금리 인상에 충격을 받지 않도록 앞서서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콜금리 인상시기는 빨라야 6월일 것으로 보고 이때까지 금리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구용욱 연구위원은 "4월 수출의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이 두자리수로 상승할 것"이라며 "그러나 지난해 4월 수출 감소율이 갑자기 커졌던 점을 감안하면 시각적 효과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 위원은 "최소한 두달 이상 수출이 두자리수 증가율을 보이는 시점에서 금리를 올릴 것"이라며 "6월에 가서야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승곤 애널리스트는 "금리 인상 시기보다는 이제 금리 인상폭에 눈을 돌려야 한다"며 "경기 회복속도에 따라 연말까지 인상폭은 최소 0.50∼0.75%포인트 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애널리스트는 "정책 당국자의 발언 등 돌발 변수만 없다면 3년 만기 국고채권 금리는 당분간 6.4∼6.6%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