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건설산업의 경쟁력 .. 김종훈 <한미파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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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kim@hanmiparsons.com
건설산업은 과거 세계의 오지와 사막을 누비며 외화를 벌어들여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었고,한때는 우리나라 총GDP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게 자리매김 돼 온 분야다.
국가발전을 위해 지금의 반도체 산업에 결코 뒤지지 않는 기여를 해 온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건설산업의 실상은 사뭇 심각하다.
시장규모 면에서는 세계 10위권이라 하지만 질적인 면이나 경쟁력에 있어서는 이와 한참 동떨어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건설산업의 핵심 요체로서 발전을 이끌어야 할 설계·엔지니어링 분야는 너무 낙후돼 오히려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건설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 공사비나 공기 면에 있어서도 상황은 유사하다.
같은 규모의 건물을 지을 경우 우리나라의 공사비는 인건비나 물가가 더 비싼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30% 이상 더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또한 건물 종류별로 차이는 있겠으나 우리나라 고층 아파트나 오피스빌딩의 공사기간은 미국에 비해 3배 정도 길다.
우리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가늠케 하는 바로미터들이다.
건설산업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국제수준과는 거리가 먼 각종 정책과 법,제도와 관행들이 건설산업을 부(否)방향으로 오도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시장이 폐쇄적인 시장구조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선진 외국업체들과 국내시장에서 경쟁구조를 형성하지 못했고,국내업체들끼리의 허술한 경쟁체제 하에서 변화를 거부하며 제도적 허점이나 칸막이식 업역규제 속에 안주함으로써 선진국의 각종 기술,노하우 등이 접목되지 못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돼야 할 것이다.
건설산업의 경쟁력 상실은 기업의 고정비를 증가시켜 산업 전체의 경쟁력 저하를 유발한다.
이를 절감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건설산업의 효율성 향상을 위해 국가적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도 팔을 걷어 붙이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때다.
건설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국가경영 차원의 과제로 삼고 개혁과 혁신을 통해 판을 다시 짜야 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우리 건설산업은 해외는 물론 국내시장마저 선진국과 후발국인 중국 등에 의해 잠식당하고,급기야 건설기술 종속국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