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하나하나로 찍은 생명력 .. 김호득 '흔들림, 문득' 주제로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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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의 장대함을 화폭에 담아온 한국화가 김호득씨(52·영남대교수)가 12일부터 서울 일민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흔들림,문득'을 주제로 5년만에 갖는 전시로 그동안 시도해 온 조형적 실험작들을 선보인다.
그는 현란하게 난무하는 붓의 흔적과 농묵으로 기존 수묵 산수화에 대한 부정과 필묵에 대한 실험을 끊임없이 해 온 작가다.
80년대에는 화선지 대신 광목이나 하드보드에 중필이 없는 편필로 한국화가 갖는 재료상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를 보여왔다.
90년대에는 폭포와 계곡 바위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형태를 없애는 대신 필묵의 자취만 보임으로써 전통화법과 필묵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내기도 했다.
이런 그의 작품세계는 1996년 이후 변화가 생겼다.
거나한 주흥의 상태에서 붓을 농락하곤 했던 그는 간과 폐가 크게 상해 한달간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그토록 좋아하던 술과 담배를 딱 끊고 투병을 통해 몸을 추스른 이듬해부터 다시 붓대를 잡아 휘두르기 시작했다.
과거가 '그리는 그림'이었다면 단주(斷酒) 이후는 '하는 그림'이다.
묵의 붓질을 통해 정신을 담아내는 대신 공업용 안료를 뿌려 손가락으로 문지르는가 하면 옥수수 대궁에 먹을 묻혀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반복적이고 연속적인 점찍기로 화폭을 짜나가는 것이다.
김씨는 이같은 변화에 대해 "전에는 생명력을 생각했지만 지금은 생명 그 자체를 그린다"고 말한다.
자연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자연이 스스로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작가는 '회화,그린다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술을 끊고 아무런 흥도 없이 그림을 그리려고 하니 그렇게 막막할 수 없었다"는 작가의 술회처럼 그는 이제야 회화의 본질적인 문제와 씨름을 하기 시작한 셈이다.
5월 19일까지.(02)2020-2062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