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여의도지점에 전화를 걸어 "지점장좀 바꿔 주세요"라고 하면 "어느 지점장이요?"라는 반문이 따른다. 신한은행 여의도지점엔 지점장만 3명이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금융지점장, (중소)기업금융지점장, 개인금융지점장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신한은행 여의도지점장'이란 명함을 들고 활동한다. 비단 신한은행 여의도지점만이 아니다.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한빛은행 명동지점에도 2명의 지점장이 근무한다. 1층에는 개인고객담당 지점장이,2층에는 기업고객담당 지점장이 나란히 '한빛은행 명동지점장'이란 명함을 가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에 나타난 두드러진 변화중 하나가 지점장의 위상이다. 대부분의 은행이 지점을 '개인고객담당, 중소기업담당, 대기업담당'으로 나눴다. 신한은행 여의도지점의 경우 △30대 계열기업과 금융회사는 대기업금융지점장이 △30대 이외의 기업과 중소기업은 (중소)기업금융지점장이 △개인사업자 및 개인고객과 비영리법인은 개인금융지점장이 관리한다. 한빛은행이나 국민은행의 경우엔 아예 '기업금융본부'나 '기업금융센터'라는 이름으로 기업고객을 전담하는 점포 20~30여개씩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원들은 처음부터 'RM(기업고객 전담역)'과 'PB(개인고객 전담역)' 중에서 '주특기'를 선택한다. 하지만 위상이 달라졌다고 해서 지점장의 인선 기준까지 달라진 것은 아니다. 신한은행 개인고객본부 권점주 영업추진부본부장(47). 그는 외환위기 이전에 사당동지점장을 지냈다. 부임한지 1년 만에 대표적인 부실점포를 비슷한 규모의 점포중 1위 점포로 탈바꿈시켰다. "정성을 다해 고객의 필요에 따른 차별화 마케팅을 실시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런 실력을 인정받아 봉천동지점장을 거쳐 이른바 대형 점포로 꼽히는 소공동지점에 입성한다. 여기까지 그의 주된 고객은 개인이었다. 권 부본부장은 그 후 신한은행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인천남동공단의 기업금융지점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개인고객을 상대하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기업을 상대하게 된 셈이다. 그럼에도 남동공단지점을 같은 직군내 우수 점포로 단숨에 끌어올렸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개인고객본부 부본부장으로 영전한 것이다. 지난달 단행된 국민은행 인사에서 금융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윤설희 명동지점장(38)도 비슷한 경우다. 윤 지점장은 4급, 그것도 여성으로서 은행의 상징적인 점포라고 할 수 있는 명동지점장에 전격 발탁됐다. "능력 위주로 지점장 발령을 내다보니 그렇게 됐을 뿐, 여성이라고 특별히 우대한 건 아니다"는게 김성철 국민은행 부행장의 설명이다. 지배인 등기를 하고 관할하는 지역에서 사실상의 은행장 역할을 수행한다고 해서 한때 '소행장'으로 불렸던 은행 지점장. 외환위기 이후 지점장의 역할이 전문화, 세분화되면서 소행장의 위상도 예전과 달라진건 분명하다. 그렇지만 '잘 나가는 지점장'이 되기 위한 기준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다름 아닌 실력이요, 능력이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