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9시 서울 올림픽공원.한국경제신문사와 노동부 신노사문화우수기업중앙협의회가 공동 주최하는 '월드컵성공개최와 노사평화를 위한 국민마라톤'대회장.봄날씨 치곤 제법 쌀쌀한데도 출발을 한 시간이나 앞두고 공원은 1만명의 인파로 가득 찼다. 이미 반팔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대회참가자들은 맨손체조 등으로 가볍게 몸을 풀면서 출발신호를 기다렸다. 직장동료와 가족들도 회사이름과 노사화합을 다지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응원전 열기도 후끈 달아올랐다. 아침 봄날씨의 냉기도 노사화합과 월드컵 성공개최를 기원하는 아마추어 마라토너들과 응원단이 내뿜는 열기에 이내 녹아버렸다. 그곳에는 노와 사가 따로 없었다. 남녀노소 내·외국인 구분도 없었다. 직원 90명과 함께 10㎞를 완주했다는 최성국 현대훼미리리조트 회장은 "원만한 노사관계는 장거리를 뛰면서 힘들 때마다 서로 부축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마라톤같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직장동료 1백11명과 함께 대회에 참가했다는 코리아정공의 이방섭 영업부 대리는 "오는 5월초가 회사 창립 30주년인데 이를 기념하고 노사화합과 월드컵 성공개최를 기원한다는 뜻에서 직원 모두가 10㎞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아버지(서울은행 영업부 김순모 차장)와 5㎞를 함께 달렸다는 김상연군(상봉중 2학년)은 "노사화합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지만 아버지가 다니는 회사가 좋은 회사로 발전하기를 기원하는 달리기에 동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에 근무하는 존 샌포드씨,주한 미8군 사령관에서 일하는 리처드 소이여씨,주한 이탈리아 대사관 직원인 로베르토 멘코니씨,엘비오 로톤도씨 등 많은 외국인들도 한국의 월드컵 성공개최를 기원하며 5㎞를 가뿐하게 완주했다. 이날 마라톤대회는 한달 넘게 끌어오던 발전노조의 파업사태가 타결된 후 열리는 것이어서 서로의 상처를 말끔히 씻고 노사 모두가 새출발하는 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월드컵도 54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어서 대회 의미를 더욱 빛나게 했다. 노와 사는 결코 둘이 아닌 하나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해준 하루였다. 김수찬 사회부 기자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