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SEM'] ERP를 완성시키는 마지막 '터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기업들 사이에서 경영의 화두로 떠올랐던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
한장의 매출전표까지도 전산화해서 기업의 모든 활동을 온라인으로 실시간 점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기업들은 그동안 ERP 시스템을 앞다퉈 도입해 왔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ERP 시스템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회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기업의 모든 정보들 가운데 경영자의 의사결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내용을 끄집어 내기가 쉽지 않다는 불만이다.
컨설팅 전문가들은 이처럼 ERP의 효능을 제대로 체험하지 못한 기업들은 전략경영관리(SEM.Strategic Enterprise Management) 시스템을 추가로 구축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SEM은 기업의 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 가운데 목표기준을 설정해 주고 이를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각 부서 및 개인별로 목표를 설정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기업활동의 개선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ERP 안에는 기업의 활동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들어 있다면 SEM은 이들 개별적인 정보를 분석할 수 있도록 가공해 주는 역할을 한다.
SCM(협력업체관리)나 CRM(고객관계관리)과 마찬가지로 특화된 ERP 솔루션이다.
예를 들어 ERP 시스템에서는 매출이 늘었거나 경상적자가 발생했는지를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는 있다.
매출전표가 얼마나 늘었는지 등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 분석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요인들을 일일이 따져봐야 한다.
SEM은 이같은 점검사항들을 몇개의 구체적인 지표로 설정, 꾸준히 관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으로 만든 솔루션이다.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 경영자는 관련된 부서와 임직원의 지표를 조회하는 것만으로도 원인과 처방을 찾아낼 수 있다.
SEM을 추가적으로 설치해 성과를 거두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SK글로벌을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1백50개 팀의 모든 활동을 2천개의 지표로 수치화했다.
지표가 더욱 구체화되므로 직원들도 충실히 자신의 지표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특정 팀이 매출을 늘리겠다고 최고경영자와 약속을 했다면 구체적인 지표들(신규 아이템의 발굴, 신규점포의 발굴, 고객 재방문 횟수, 반품 사례, 매출단가의 조정 등)을 프로그램화한뒤 수시로 조회해 본다.
SK글로벌의 CIO(최고정보책임자)인 권혁상 상무는 "SEM 설치로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IT투자의 구체적인 투자 가치를 느낄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SEM은 또 영업관련 부서가 아닌 지원부서에도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할 수 있다.
매출이나 경상이익만을 지표로 관리할 경우 평가를 받는 부서는 영업이나 생산 등 전체 조직의 30%선에 불과하다.
총무 재무 연구개발팀 등의 경우에는 뚜렷한 목표를 가질 수 없다.
그러나 SEM 체제에서는 개별 팀마다 목표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
연구개발팀의 경우를 예로 들면 연구아이템을 몇개 개발했느냐, 연구장비의 이용률은 어떤가, 시제품의 초기판촉 결과는 어떠한가 등을 수시로 조회할 수 있어 지원부서들에 대한 목표관리도 가능해졌다.
회사 전부문에 걸쳐 숫자에 의한 관리와 평가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세계적인 정유회사인 '쉘'사도 SEM을 통해 목표관리에 성공한 케이스.
쉘 유럽본부의 경우 유럽지역 24개 현지법인들이 90년대 후반 ERP 시스템을 도입하기는 했지만 독자적인 경영을 해왔다.
쉘사는 경영환경의 급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유럽 전체 차원의 단일한 조직체계와 개별적인 성과관리가 아닌 통합관점에서의 성과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이에 따라 쉘은 현지법인별로 차별화된 고객분류기준 회계처리규정 등을 본부차원의 기준으로 변환하고 모든 사업부에 적용할 수 있는 핵심성과지표를 설정하는 등 SEM시스템을 구축했다.
각 법인의 개별적인 성과 지표도 별도로 만들어 경영자율성도 보장해 줬다.
시스템 구축을 통해 각 지역별 시장환경의 예측과 전략적 사업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또 단일체계 구축을 통해 타사 대비 55%의 유지비용 절감효과를 거둘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컨설팅 전문가들은 "SEM은 방대한 경영활동 정보를 일관성있는 관리체계에 따라 핵심 성과지표로 변환토록 해 시의적절한 의사결정 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