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번 합의는 지켜질까요 .. 趙明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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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반도의 긴장관계를 푸는데 있어 북한이 남한을 우회하여 미국을 상대하려고 하는지,아니면 미국이 한국을 우회하여 북한을 상대하려고 하는지는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의 의도가 무엇이든 이번에 한국이 수행한 역할은 미국과 북한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분명한 중재자적 역할이었다.
북한에는 최근 상황의 심각성을 각인시키고 북·미대화의 필요성을 설득했으며,미국에는 대화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번 특사방북은 한반도의 긴장고조가 내부 원인에 의해 발생되든,외부에 의해 강요되든 그 해법은 남북 대화와 협력을 확대함으로써만 풀 수 있다는 인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번 특사방북은 시기의 적절성과 합의 내용의 긍정성,한반도의 위기해소에 기여한 공헌에도 불구하고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이번 합의사항 대부분이 이미 남북정상회담과 장관급회담에서 다뤄진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하게 됐다'는 의미가 있지만,'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불안감은 다음과 같은 요인에서 비롯된다.
첫째,북한이 합의 내용을 반드시 이행한다는 신뢰할만한 장치가 없다는 데 기인한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보았듯이 감동적인 합의들을 해놓고도 북한이 일방적으로 중단해 왔고,그 때마다 우리는 아무 '제재'수단을 갖고 있지 못해 벙어리 냉가슴 앓듯 했다.
그래서 이제 합의서가 나오면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질문이 나오게 된다.
'이번 합의는 지켜질까요?' 합의하기는 힘들어도 일단 합의하면 지키는 것이 보편적인 국제관례다.
국민들은 남북한 사이의 여러 합의들이 지금 어떻게 돼 있는지 알고 있다.
둘째,합의서만 놓고 보면 북한은 아직도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
그 이유는 작금의 상황이 미국의 대테러전과 연계되어 발생한 것인데도 이를 풀어나갈 만한 문구들이 없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본질적인 문제는 과거와 같이 간단히 언급하고 대신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성을 띠고 있어 이같은 의구심을 크게 한다.
북한이 처한 위기상황을 해결하는 방향이 '경제문제 해결'에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셋째,경제협력측면에서 볼 때 과거의 합의에 비해 구체성이 가미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본질적 의미는 외면한 듯한 느낌이 든다.
현재 남북 경제협력사업에 있어 가장 큰 난제는 '상징적 경제협력 사업들'이 대부분 군사분계선 인접지역에서 추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이 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군사적 담보는 전혀 없다는 측면과 경협추진의 기본원동력이 될 재정문제를 해결할 대안들이 없다는 것이다.
경협의 항목과 이행시간표가 제시되더라도 정치·군사적으로 담보되지 않는다면 과거 1년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또 경협사업의 항목과 군사적 담보가 돼 있더라도 사업추진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이 또한 공염불이 될 것이다.
공단 건설,철도,도로,수해방지,인도적 지원 등 모든 것이 막대한 자금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북한여건상 북측의 기여도는 거의 없을 것이고,한국의 내부사정상 이를 모두 떠안기도 무리다.
그렇다면 국제사회의 지원에 일부 기대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북한체제의 본질적 변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남북 경제협력사업 항목을 발표할 때 그 프로젝트들이 실현될 수 있는 현실적 방안들을 함께 제시했다면 보다 신뢰성이 있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번 특사방북을 계기로 대화와 협력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인정된 만큼 국민들에게 또 실망을 주는 일이 없도록 북한은 성실한 자세를 가져주기 바란다.
북한 당국은 특히 한국의 국민들이 '상징적 사업'이나 '훌륭한 합의문'에 더는 현혹되지 않고 있음을 인식하고 '실천'으로써 신뢰성을 높여 주기 바란다.
mjcho@kiep.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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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