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키덜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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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시절은 모두 아름다운 것인가.
특히 학창시절의 추억은 쉽게 버리지 못하는가 보다.
개구쟁이 코흘리개 시절 학교앞이나 골목길에서 용돈을 털어 즐겨 사먹던 '불량식품'이 인기라고 한다.
질겅질겅 씹히는 '쫀디기',오징어포처럼 만들어진 '똘똘이',과일맛 분말에 빨대가 꽂혀있는 '아폴로'등이 잘 팔리고 있다.
불량식품 뿐만이 아니고 구슬 팽이 제기 콩알탄 고무새총 등 놀이기구들도 인기몰이에 한창이라는 소식이다.
불량식품과 놀이기구는 낱개보다 여러 개를 함께 넣은 세트로 꾸며져 인터넷상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길거리에서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인터넷에서 불량식품으로 이름붙인 쫀디기 등은 70년대에 유행한 것들이어서 이 시기에 초·중·고 생활을 한 연령층에 인기가 많으나,놀이기구는 청·장년층은 물론 그 이상의 세대들에게도 관심이 많은 게 사실이다.
급기야는 군대생활의 추억거리 역시 히트상품으로 떠올라 음료수인 '맛스타'와 전투시를 대비해 비상용으로 만든 '전투식량'이 예비역들 사이에 급속히 번지고 있기도 하다.
이들 상품은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상품인 셈인데 청소년들도 호기심 반, 재미 반으로 덩달아 구입하는 통에 기대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들린다.
이러한 복고풍은 '키덜트(kidult)스타일'의 판매를 부추기는 효과를 거두고 있기도 하다.
키덜트는 어린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로 어린이 같은 취향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을 말한다.
이들은 동심이 깃들인 상품을 소비하면서 찌든 생활의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한편으로는 재미와 유쾌함을 즐기는 계층인 것이다.
동창생사이트를 통해 옛 친구를 만나면서 느꼈던 감정을 이제는 똘똘이와 구슬치기를 통해 느끼고 있다고나 할까.
과거를 그리워 하는 이러한 복고심리에 편승,장수제품인 바나나우유 오란씨 써니텐 등의 매출이 크게 늘고 있으며 상품광고에는 과거 귀에 익은 로고송까지 등장했다.
옛 시절 분위기에 한껏 젖어 현실을 잠깐 잊어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는 있을 듯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