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法보다 외자유치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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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허베이성(河北省)의 탕산(唐山) 시정부가 지난 4일 나흘 일정으로 한국의 중소기업인 50여명을 초청했다.
탕산의 난부(南堡)경제개발구에 한국기업을 유치하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었다.
첫날 일정은 허베이성 수도인 스자좡(石家庄)시를 방문해 성(省)정부 및 당 관계자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베이징 공항으로부터 스자좡까지 버스로 약 4시간30분 걸렸다.
그런데 공항에서부터 아는 체를 했던 공안(公安·중국 경찰)들이 비상등까지 깜박이면서 우리 버스를 앞서가고 있었다.
버스 뒤에서도 공안차량은 따라오고 있었다.
공안차 3대가 버스를 호위하는 모습이 됐다.
스자좡 시내로 들어서자 공안 호위로 인해 교통신호에도 걸리지 않고 호텔로 직행한 것은 물론 교차로 곳곳에 배치된 공안들은 버스에 거수경례까지 했다.
정부 및 당 관계자와의 만찬이 끝난 후엔 스자좡시 야경을 둘러보는 투어가 준비돼 있었다.
인구 1백50만명 정도의 도시였기에 교통량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공안은 우리 버스를 위해 교통통제를 가했다.
국가 원수급도 아닌데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음날 스자좡시에서 탕산시로 이동했다.
비가 내려 6시간이나 소요됐다.
호위하는 공안차량은 6대로 늘어 났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예정 시간보다 늦어질 것으로 생각했던지 선도 공안차량은 고속도로 맞은 편에서 차량들을 가로막고 '불법 유턴'을 감행했다.
고속도로 출구를 빠져나오자 마자 우측으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역주행을 했다.
"역주행까지 하느냐"고 류징 난부개발구관위회 부주임에게 물어봤다.
"당신들은 귀빈(honoured guest)"라며 이상할 것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6일엔 난부개발구로 향했다.
공안차량에다 개발구 요원들 차량까지 포함해 호위차는 무려 17대로 늘어났다.
이날도 어디를 지나가든 교통신호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한 중소기업인은 "법보다 외자유치가 우선인 것 같은 나라"라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친(親)기업 마인드라는 관점만 봤을 때 중국은 높은 점수를 얻기에 충분했다.
스자좡=이성태 산업부 벤처중기팀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