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가 보합세로 마감했다. 미국 채권 금리가 하락하고 주식 시장이 약세를 보여 채권 시장에서 매수세가 형성됐다. 그러나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 따른 금리 조기 인상 전망이 돌면서 금리 하락폭은 제한됐다. 은행의 상반월 지급준비일인 데다 장중 특별한 모멘텀을 찾지 못해 매매는 거의 없었다. 국채선물 거래량은 6월물의 경우 지난달 11일 이후 가장 적었다. 8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권 2002-4호 수익률은 직전 거래일인 지난 4일과 같은 6.52%를 기록했다. 오전중에는 6.51%를 기록했었다. 장 초반 호가만 이뤄졌을 뿐 거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3년 만기 국고채권 2002-1호 수익률은 4일종가보다 0.03%포인트 정도 하락한 6.55%에 거래를 시작한 뒤 장 막판에는 6.57%에 거래됐다. 5년 만기 국고채권 수익률은 7.16%로 0.01%포인트 올랐다. 2년 만기 통안증권 수익률은 0.01%포인트 하락한 6.41%를 기록했다. 회사채 수익률 역시 보합세로 마감했다. AA- 등급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수익률은 7.24%, BBB- 등급 수익률은 11.25%로 전날과 같았다. 국채 선물은 닷새만에 반등했다. 6월물은 전날보다 0.08포인트 상승한 102.59를 가리켰다. 종일 변동 폭은 0.15포인트에 불과했다. 거래량은 2만7,794계약에 머물렀다. 외국인이 국채 선물을 2,638계약 순매수한 반면 투신사는 1,282계약, 은행은 909계약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날 실시한 5년 만기 국고채권 입찰은 무난하게 이뤄졌다. 입찰 예정금액 5,100억원 전액이 연 7.17%에 낙찰됐다. 응찰금액은 1조6,700억원, 부분낙찰률은 16.7%를 기록했다. ◆ 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 낮아 = 미국의 채권 수익률은 지난주 나흘 연속 하락했다. 재무부 채권 10년물 금리는 지난 주 금요일 하루만 실업률 상승으로 0.05%포인트 밀렸다. 이 같은 강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채권 금리 움직임이 보합에 그친 것은 콜금리 조기 인상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박승 총재는 지난 4일 금통위 후 기자 설명회에서 "시장은 금리 인상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직설한 이후 지난 토요일에도 "수출과 투자가 살아나는 시점은 4,5월께로 본다"며 "경기의 향배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다시 한번 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5월에라도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됐고 투자 심리는 미국 시장만큼 회복되지 않았다. 그러나 금리 인상 시점으로 5월은 지나치게 이르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LG투자증권의 윤항진 연귀위원은 "지난해 금리 인하 폭 면에서 미국이 훨씬 컸던 것을 감안하면 우리 나라 금리가 미국보다 먼저 인상될 가능성은 무척 낮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 나라의 금리 인하폭은 1.25%포인트였으나 미국은 4.75%포인트에 달했다. 한편 지난 주말 로이터통신의 조사에서 미국 국채 딜러들은 최소한 6월까지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기금금리를 현 수준, 1.75%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윤 연구위원은 이어 "물가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 금리 조기 인상 주장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통상적으로 수출이 2개월 이상 증가세를 보여야 금리가 인상돼 왔던 것을 볼 때 물가만 보고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적다"고 덧붙였다. 3월 들어 전년대비 감소율이 한자리수로 좁혀졌던 수출은 4월 두자리수 비율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KOTRA는 바이어 상사해외주재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월 수출이 13∼20% 늘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수출이 최소한 2개월 이상 증가한 뒤 금리를 인상한다면 그 시기는 6월 초 이후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한경닷컴 양영권기자 heem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