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무드는 유태교의 법률 전통 관습 등 지식재산과 정신적 자양분을 집대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모태가 된 것은 2세기 말에 편찬된 유태의 법전 '미시나(Mishnah)'이다. 미시나는 그러나 문장이 너무도 간결해 구체적인 사안을 판단할 때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탈무드는 미시나를 기본으로 다양한 토론과 주석이 덧붙여져 6세기에 편찬됐다. 수세기 동안 세계를 주름잡아온 유태인의 상술과 비즈니스 철학에는 탈무드 정신이 고스란히 배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 게 학자들의 지적이다. 탈무드는 우선 상인과 자유경쟁을 존중하고 있다. 탈무드는 "자신의 힘으로 생활할 수 있는 자는 하늘을 두려워하는 종교가보다도 위대하다"고 규정한다. 학문이 뛰어난 랍비(유태교사)보다 실업(實業)에 종사하는 사람을 더 높이 평가한 것. 참된 학문과 진리는 생활속에 있다고 그들은 믿었다.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철학이다. 이는 유교문화권 나라에서 상인들을 천시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사고방식이다. 조지 소로스나 로스 차일드와 같은 유태인 거부가 탄생한 것은 이런 정신적 토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국 금융업계를 주무르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회장(전 재무장관) 등이 모두 유태인이란 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미시나의 '바바 메치아'편에는 '생산물이 시장에 나올 때까지 가격을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나온다. 부당한 가격 결정이 시장 전체의 질서를 어지럽혀 비즈니스의 판을 깬다는 점을 경고한 구절이다. 이 편에서는 또 자유경쟁을 전체 시장을 살찌우는 기본 원리라고 강조한다. 이 '자유'의 원리는 유태 출신 상인,기업가는 물론이고 많은 사상가를 배출하는 원동력이 됐다. 기업가의 혁신을 부르짖은 조셉 슘페터,자유사상가 에리히 프롬,현대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 등이 미시나 정신의 맥을 이은 대표적 학자들이다. 오늘날 상거래의 기본인 '계약'에 대한 현대적 관념을 정립한 것도 유태인이다. 동아시아에서는 흔히 계약서를 상대방을 구속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유태인들은 계약서를 상호 신뢰의 증표로 받아들인다. 결국 실사구시의 사고방식,자유경쟁원리에 대한 믿음,계약 가치의 존중 등이 지구촌 1천4백만명 유태인들의 생존을 담보한 정신적 지주인 셈이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