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 석유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노림수는 뭘까. 후세인 대통령은 그동안 누차 강조했던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의사를 실제 행동에 옮김으로써 '중동의 맹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라크가 석유금수 결정을 내린 직후 이란 리비아 시리아 등 강경파 아랍국들이 전폭적인 지지의사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이번 조치는 지역맹주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는 이란보다 한 발 앞서 단행됐다. 석유 무기화 주장은 이란이 먼저 제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반(反)이스라엘 정서가 최고조에 달한 국내외 여론을 등에 업고 후세인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미국의 침공 위협을 받고 있는 이라크가 팔레스타인과 자국 문제를 뒤섞음으로써 미국의 압박에 역공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