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m@case.co.kr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친구와 어느 일식집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그 집엔 처음이었던 나를 주인은 마치 오래된 사이인 양 "안녕하십니까" 하며 덥석 손을 잡아끄는 것이었다. 같이 간 친구 역시 주인과 그리 친분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서 어리둥절한 채 그가 이끄는 대로 안내되었다. 식사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주인은 다시금 생선회를 직접 들고 들어와 '특별히' 드리는 거란다. 흔히 있는 일이라 무덤덤하게 웃으며 고맙다는 인사말을 건넸다. 그리고 술도 한 잔 권했다. 그러자 이번엔 나에게 답주를 건네며 느닷없이 볼에다 뽀뽀를 하는 게 아닌가. 여자라면 모를까 남자가 그러니 어색하기도 하고 순간 놀랍기도 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어정쩡하게 있는데 그 다음이 더 가관이다. "사랑-하-는 우리 사장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생일축가를 가사만 바꿔 어눌한 오페라 풍으로 한 곡조 뽑더니,"저희는 사장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며 한동안 세치혀의 이벤트를 계속하다 물러갔다. 그날 당황스러웠지만 주인의 특별한 서비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나의 흡족함은 잠시 후 종업원들에 의해 이내 무너지고 말았다. 주말이라 손님이 많기도 했지만 불러도 "네,네" 대답만 일삼고 무표정하게 눈길주기를 피하는 것이었다. 주인의 열정어린 노력과 서비스는 혼자서 하는 광대놀음에 불과했던 것이다. 맹구주점(猛狗酒店)이란 말이 있다. 옛날 주점에서 키우던 개가 있었는데 주인에게는 꼬리를 흔들며 아양을 떨다가도 주인이 없을 때 손님이 오면 어찌나 사납게 짖어대는지 손님들이 전부 그 주점을 지나쳐버렸다는 요지의 이야기다. 대개 잘되는 음식점을 가보면 주인의 서비스 의식이 남다르다. 종업원의 손놀림과 눈길도 부지런하다. 열심히 움직이면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즉시 갖다 줄 수 있도록 항상 손님과 눈길을 맞춘다. 장사는 주인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주인과 함께 하는 종업원의 따뜻한 미소가 성공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주점의 맹구는 앞서 말한 일식집에서의 경험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사장에게는 미소지으며 공손하지만 손님에게는 퉁명스러운 직원들이 그런 경우다. 맹구는 어쩌면 본래부터 맹구가 아니었을 것이다. 주모의 편애와 맹구 자신의 맹목적 충성심에 의해 만들어졌을 것이다. 나는 자문해 본다. 혹 내가 충직스런 맹구의 주모가 아닌가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