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문라이트族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리나 블랙번은 1930년대 후반 미국의 메이저 리그 야구선수였다.
야구광이었던 그는 어린 시절 동네 야구시합 중 진흙 묻은 공이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훗날 블랙번은 메이저 리그 선수로 활약할 때 공을 만지던 한 심판이 공이 자꾸 미끄러져 불평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진흙에 얽힌 경험을 설명하며 심판에게 진흙 한 통을 주었는데 정말 효과가 있었는지 아메리칸 리그와 내셔널 리그는 경기용 진흙을 구입키로 결정했다.
이를 계기로 블랙번은 낮에는 야구선수로,밤(moonlight)에는 진흙을 팔아 큰 돈을 벌었다고 한다.
이 때부터 문라이트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두 개의 직업을 가진 사람을 지칭하게 됐다는 것이다.
요즘 일부 직장인들 사이에는 본업 이외에 부업을 갖는 소위 '문라이트족(族)'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투 잡스(two-jobs)족'이라고도 불리는 문라이트족은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퇴근 후에는 또 다른 직종에 종사한다.
얼마전 한 채용정보 사이트의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듯 직장인 10명중 1명이 부업을 가질 정도로 일반화되어 가는 추세다.
퇴근 후 부리나케 달려가는 문라이트족의 부업은 대리운전 등 단순노동에서부터 프로그래머 등 전문직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종전에는 안면을 이용한 다단계 판매와 재테크 수단으로의 증권투자가 고작이었으나 이제는 컴퓨터조립 디자이너 헤드헌터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호프집 아이스크림체인점 PC방 음식점 등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주말이면 수영장 스키장에서 전문강사를 하는 공무원이 있는가 하면, 동창들과 함께 밤에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의사들도 있다.
문라이트족은 IMF 이후 자기 자신을 '월급봉투에만 맡길 수 없다'는 경제적인 이유에서 붐을 타고 있지만 취미생활과 개인적인 야망을 채우기 위한 측면도 없지 않다.
동기야 어떻든 문라이트족은 하루생활이 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건 사실이다. 최소한의 수면시간을 빼고는 일에 속박되어 있으니 말이다.
일과 휴식,수면이라는 인간생활의 3박자가 엇갈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