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지수가 외국인의 대량 매도 속에서 32포인트나 폭락하며 거의 한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기술주 약세에 더해 단기 급등한 이래 옵션 만기 매물 출회 예상에서 20일선이 붕괴되며 급락, 투자심리가 엉그러져 당분간 조정이 예상된다. 특히 외국인 매도 속에서도 시장을 이끌어 왔던 기관이 자신감있게 장을 받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조정에 대한 우려감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브로커는 "최근 외국인의 매도주문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쉴 새 없이 들어온다"며 "신흥시장 내 한국비중이 높았던 것도 있으나 미국 기술주 급락 우려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10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32.64포인트, 3.67% 급락한 856.03으로 마감, 지난 3월 13일 849.13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2.67포인트, 3.10% 떨어진 83.54로 마감했다. 이날 종합지수는 미국 기술주의 급락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장초반 반짝 반등시도가 무산된 뒤 외국인 매도가 급증하고 선물시장에서 외국인 매도가 더해지면서 낙폭을 점차 확대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3,200억원을 순매도하며 한달만에 최대 규모를 순매도했다. 선물시장에서는 장중 3,000계약 이상 순매도했다가 막판 520계약 순매수로 전환했다. 옵션시장에서도 콜옵션 매도 1만계약, 풋옵션 매수가 10만계약을 넘는 등 약세포지션이 강화됐다. 삼성전자가 3.5% 급락하며 35만6,000원으로 추락했고 SK텔레콤, 포항제철이 3%, KT, 한국전력이 2% 이상 하락하는 등 여타 대형주 낙폭도 컸다. 특히 현대차, 삼성전기, 기아차, 신한지주 등 옐로칩도 3∼8% 수준의 급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업종별로 보험업종이 8% 이상, 운수창고가 5% 이상 급락한 것을 비롯해 전 업종이 하락했다. 하락종목이 701개에 달했다. 그러나 하한가는 15개에 그쳤다. 코스피선물 6월물은 107.20으로 전날보다 4.05포인트, 3.64% 급락, 나흘째 떨어졌다. 110.45를 고점으로 시간이 갈수록 낙폭이 커졌다가 저점을 106.75로 낮춘 뒤 107선에서 마쳤다. 시장베이시스는 장중 플러스 0.2 안팎까지 갔으나 플러스 0.53의 콘탱고로 마쳤다. 프로그램 매매는 매도우위를 보였다. 프로그램 매도는 비차익 1,360억원을 위주로 2,210억원이 나왔고 매수는 비차익 1,030억원을 중심으로 1,460억원을 기록했다. ◆ 수급 충격 우려감 = 증시 주변을 둘러볼 때 특별한 악재가 없는 상황에서 4월물 옵션 만기를 전후해 기관의 청산매물이 예정된 터여서 '단기 수급 균열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시 급락사태를 불러온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정책기조가 중립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주가가 급락하자 시장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입원, 진념 부총리의 경기도지사 출마로 인한 정책기조의 균열 등을 우려하는 수근거림이 들렸다. 또 외국인 집중 매도타겟인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자사주 매입이 과욕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등 심리적 동요도 일었다. 기술적으로 지난 사흘간의 조정은 조정없이 급하게 가던 장의 열기를 식혀주는 '자연스러운 조정'으로 이해됐다. 그러나 이날 시장의 생명선으로 불리는 20일 이동평균선을 지켜내지 못하자 일부 종목에서 투매조짐까지 목격됨에 따라 심리적 위축에 따른 투자자들의 하락경계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4월물 옵션 만기일에 기관의 청산된 물량이 그대로 있는 터여서 목요일의 수급압박이 한차례 충격을 불어올 것으로 보인다. LG투자증권 김지한 차장은 "기관에 자금유입 속도가 완화된 상태에서 외국인 매도공세가 의외로 커 단기수급이 나빠졌다"며 "옵션 만기 청산 물량이 남아있어 일단 850선 안팎의지지 여부를 확인해야할 듯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