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딜러들은 요즘 이구동성으로 '시장이 재미없다'고 아우성이다. 외환시장은 환율이 너무 안움직여서, 채권시장은 금리가 위로만 치솟아서 그렇다. 원.달러 환율은 한 달 가까이 1천3백20원대의 좁은 박스권에 갇혀있다. 금리는 1%포인트 가까이 급등(채권값 하락)했다. 거래량은 평소의 절반 이하로 급감했고 기관들은 현물보다 선물·옵션 등 파생거래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 고요한 외환시장 =환율은 지난달 18일 이후 1천3백25원50전∼1천3백31원50전 사이에서 맴돌았다. 최대 변동폭이 6원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특히 전일 대비 환율 등락폭은 1월 평균 3원70전에서 2월 1원90전, 3월 1원70전, 이달엔 1원40전으로 줄었다. 이런 현상은 무엇보다 호재와 악재가 서로 상쇄돼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 한은 이응백 외환시장팀장은 "엔화환율도 큰 변동이 없는 데다 국내 외환수급에선 환율이 오를 상황이고 시장심리에선 내릴 것이란 전망이 많아 정체상태"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다른 나라도 비슷한 상황.원화환율의 하루 변동률은 0.19%, 싱가포르 0.15%,대만은 0.07%선이다. 수급면에선 외국인들의 주식순매도가 최대 부담 요인. 이달에는 1조원 이상 외국인 순매도에다 배당금 지급으로 약 7억달러의 달러 수요가 몰려 있다. 그러나 국가신용등급이나 수출 호전 등 펀더멘털만 보면 오히려 환율이 떨어져야 한다. 외환은행 이정태 딜러는 "1천3백30원 위에선 기업들의 달러매물이 나와 현 장세에선 전략적인 포지션을 잡기 어렵다"며 "외국인의 순매도가 진정돼야 환율이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앞서간 채권시장 =국고채(3년만기) 금리는 지난달 초 연 5.71%에서 이달 9일 연 6.58%로 뛰었다. 한 달여 만에 0.87%포인트나 올랐다. 콜금리가 지금(연 4.0%)보다 1%포인트 높았던 작년 5월과 같은 수준이다. 금리 급등의 주요인은 정부와 한은이 경기부양에서 안정 기조로 바뀌고 있기 때문. 한은이 조만간 콜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시장금리에 선(先)반영된 것이다. 아직은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편이지만 채권시장 큰손인 투신사의 자금유입은 답보상태다. 특히 MMF(머니마켓펀드)는 앞으로 3개월 이내 단기채권만 편입할 수 있어 1년짜리 국고채 통안증권의 수급 차질도 불가피하게 됐다. 더구나 은행 연.기금 증권 등 주요 기관들은 채권 평가손으로 운신의 폭이 좁다. 차라리 한은이 콜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면 시장금리가 내려올 것이란 시각이 많다. LG투자증권 성철현 채권팀장은 "과거 천수답처럼 금리 하락만 기대하며 수익을 내는 시대는 끝났다"며 "이번 기회에 주식처럼 채권도 파생거래 전략에 눈을 돌릴 때"라고 말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