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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삼성전자에 매도공세를 연일 퍼부면서 종합지수가 860대로 급락, 거의 한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최근 급등을 주도했던 삼성전기, LG화학 등을 매도하며 3,200억원을 순매도했다.
3월 하순 이래 기관 주도의 상승세 속에서도 매도를 지속했던 외국인은 3월말 윈도우 드레싱을 통과하며 주가가 900선을 돌파하자 지난 2일 이래 다시 엿새동안 1조3,000억원에 가까운 매도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4월 들어 증시 자금유입 속도가 둔화되고 기관의 '자발적 매수'로 펀드 내 주식편입비율이 상한에 달한 상황에서 추가 매수여력에 대한 의심이 들자 외국인 매도가 강하게 투자심리를 압박하고 있다.
외국인 매도가 지속될 전망인 데다 개인이 미수금에 쫓기고 기관은 4월중 옵션 관련 청산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목요일 장은 한차례 수급충격에 따른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의 매매가 추세를 띠는 데다 최근 삼성전자 매도주문이 연일 폭주하고 있다"며 "신흥시장 내 비중확대도 있으나 미국 기술주 급락 경계감도 있어 당분간 매도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종합지수 나흘째 급락 = 10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32.64포인트, 3.67% 급락한 856.03으로 마감, 지난 3월 13일 849.13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2.67포인트, 3.10% 떨어진 83.54로 마감했다.
이날 종합지수는 미국 기술주의 급락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장초반 반짝 반등시도가 무산된 뒤 외국인 매도가 급증하고 선물시장에서 외국인 매도가 더해지면서 낙폭을 점차 확대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3,200억원을 순매도하며 한달만에 최대 규모를 순매도했다.
선물시장에서는 장중 3,000계약 이상 순매도했다가 막판 520계약 순매수로 전환했다. 옵션시장에서도 콜옵션 매도 1만계약, 풋옵션 매수가 10만계약을 넘는 등 약세포지션이 강화됐다.
삼성전자가 3.5% 급락하며 35만6,000원으로 추락했고 SK텔레콤, 포항제철이 3%, KT, 한국전력이 2% 이상 하락하는 등 여타 대형주 낙폭도 컸다.
특히 현대차, 삼성전기, 기아차, 신한지주 등 옐로칩도 3∼8% 수준의 급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업종별로 보험업종이 8% 이상, 운수창고가 5% 이상 급락한 것을 비롯해 전 업종이 하락했다. 하락종목이 701개에 달했다. 그러나 하한가는 15개에 그쳤다.
코스피선물 6월물은 107.20으로 전날보다 4.05포인트, 3.64% 급락, 나흘째 떨어졌다. 110.45를 고점으로 시간이 갈수록 낙폭이 커졌다가 저점을 106.75로 낮춘 뒤 107선에서 마쳤다.
시장베이시스는 장중 플러스 0.2 안팎까지 갔으나 플러스 0.53의 콘탱고로 마쳤다. 프로그램 매매는 매도우위를 보였다.
프로그램 매도는 비차익 1,360억원을 위주로 2,210억원이 나왔고 매수는 비차익 1,030억원을 중심으로 1,460억원을 기록했다.
◆ 수급 충격 우려감 = 증시 주변을 둘러볼 때 특별한 악재가 없는 상황에서 4월물 옵션 만기를 전후해 기관의 청산매물이 예정된 터여서 '단기 수급 균열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시 급락사태를 불러온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의 정책기조가 중립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주가가 급락하자 시장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입원, 진념 부총리의 경기도지사 출마로 인한 정책기조의 균열 등을 우려하는 수근거림이 들렸다.
또 외국인 집중 매도타겟인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자사주 매입이 과욕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등 심리적 동요도 일었다.
기술적으로 지난 사흘간의 조정은 조정없이 급하게 가던 장의 열기를 식혀주는 '자연스러운 조정'으로 이해됐다.
그러나 이날 시장의 생명선으로 불리는 20일 이동평균선을 지켜내지 못하자 일부 종목에서 투매조짐까지 목격됨에 따라 심리적 위축에 따른 투자자들의 하락경계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4월물 옵션 만기일에 기관의 청산된 물량이 그대로 있는 터여서 목요일의 수급압박이 한차례 충격을 불어올 것으로 보인다.
LG투자증권 김지한 차장은 "기관에 자금유입 속도가 완화된 상태에서 외국인 매도공세가 의외로 커 단기수급이 나빠졌다"며 "옵션 만기 청산 물량이 남아있어 일단 850선 안팎의지지 여부를 확인해야할 듯하다"고 말했다.
◆ 매수주체 부각 안돼 = 외국인의 매매패턴이 추세를 가지는 데다 미국 기술주의 실적 부담이 여전하다. 미국에서 IBM 등의 실적 경고 사태에 이어 이날도 야후! 등 실적발표로 시장이 숨을 죽일 전망이다.
첨단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가 9일 2.4% 급락하며 1,740선으로 떨어진 터여서 당장 1,700선 지지가 확인될 필요가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테러 사태로 1,400선이 일차 붕괴된 이후 반등한 수준이었고 지난 2월 하순 지지됐던 터여서 저점 매수가 유입될 공산이 있으나 여전히 확인될 지 지켜봐야 하는 상태다.
개인은 지난 8일 증권주의 합병 모瑄奴?추종 매수에 나선 뒤 고점에서 물렸고, 1조원 이상의 미수금 청산에 걸려있어 운신폭이 크지 않다.
또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과 비차익 모두 매도우위를 보였으나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매수차익잔고 부담이 해소되지 못해 문제다.
현대증권의 정선호 과장은 "기관의 자금유입 속도가 떨어지는 가운데 외국인 매도도 커 반등에 대한 신뢰감이 약화됐다"며 "당장 내일 물량 청산이 예정돼 있어 지지선을 확인할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정이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청산될 물량은 청산되야 시장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 추세가 아직은 유효한 상황에서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많았다.
조정없이 온 장에서 지수는 900선 고점에 닿았고 자금유입도 주춤해지는 상황에서 추가 매수세가 유입되기 위해서는 조정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장을 다진 다음 1,000선대로 서서히 접근할 것이라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현대증권의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옵션 만기 청산 매물이 4,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여 지수관련주에 한차례 충격이 올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현금비중을 늘리되 조정 이후 핵심 블루칩으로 차별화될 것을 염두에 두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