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지분율 20.26%에서 51.80%로,주가 5천9백20원에서 1만6천9백원으로" 하나은행의 2000년말과 작년말을 비교해 본 수치다. 외국인 지분율은 1백55.7%,주가는 1백85.5%가 증가했다. 밑바탕에는 역시 실적호전이 있었다. 부실정리에 따라 지난 2000년 2백5억원에 불과했던 당기 순이익은 작년에 3천2백52억원으로 무려 1천4백87%나 증가했다. 거래소 상장기업 중 최고의 상승률이다. 순익증가에 걸맞게 주가가 오른 배경은 그동안 최대 약점으로 꼽혀왔던 "높은 대기업 여신 비중"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직후 60%에 달하던 대기업 관련 여신은 현재 30% 미만으로 떨어졌다. 실적개선은 올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올 1.4분기 당기 순이익은 약 1천3백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작년 같은 기간 7백24억원과 비교하면 80%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작년말 주가가 워낙 가파르게 올라 올들어선 작년만큼의 드라마틱한 상승곡선은 그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25일 2만2천4백50원을 기록한 이후 최근엔 2만원 안팎에서 조정국면을 거치고 있다. 작년 급상승에도 불구하고 하나은행에는 "가장 저평가된 우량은행주"란 꼬리표가 여전히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ING베어링 굿모닝 등 국내외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 주가는 대략 2만6천원 수준.주가 순자산비율(PBR)이 1.4배,주가수익비율(PER)은 7.2배에 불과해 다른 우량은행주보다 낮은 상태다. 교보증권 성병수 책임연구원은 "이자부문과 수수료부문 등 주요 영업이 호조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부실채권 정리로 자산건전성이 개선돼 대손충당금 부담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 순이익은 작년보다 23% 이상 많은 4천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추정은 여기에 근거한다. 이렇게 되면 올해 주당 순이익은 3천원을 넘어서게 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작년에 17.5%였던 ROE(자기자본수익률)을 올해는 22.19%로,0.80%였던 ROA(총자산수익률)은 0.92%로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도 업계 최저 수준인 고정이하 여신비율도 작년 2.4%에서 올해는 1.7%대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최근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계대출 문제에서도 하나은행의 리스크 관리능력은 돋보인다. 서울증권 분석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작년말 현재 가계대출의 60.6%를 부동산 담보로,5.9%는 유가증권을 담보로 잡고 있으며 순수 신용대출은 26.3%에 불과하다. 하나은행보다 부동산 담보비율이 높은 은행은 대구은행이 유일하고 순수 신용대출이 적은 곳은 한미은행 밖에 없다. 가계대출 부실화에 따른 자산건전성 악화위험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주장이 가능한 대목이다. 하나은행의 또 다른 매력은 은행권의 2차 M&A(기업 인수.합병)바람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데 있다. 제일은행과의 합병 추진은 현재 심도있는 의견교환 수준까지 이른 것으로 전해진다. 그 성사 여부를 떠나 메릴린치가 꼽은 가장 이상적인 은행합병 조합은 "신한+하나"였다. 어떤 방식의,어떤 조합의 합병이 이뤄지던지 하나은행이 그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다는 또다른 표현이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