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정직해요. 애정을 보인 만큼 따라오거든요" 한솔교육 한글전문 지도교사인 부천남지국의 이영미(32)씨는 2년전 네살배기 자폐아 현석(가명)이를 가르치던 때를 기억하며 이렇게 말했다. "보통 4살쯤 되는 아이들은 한글을 직접 읽어내리는 '신기한 한글나라' 과정을 해요. 하지만 현석이는 말이 안 트여 생후 12개월 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단순히 사물을 인식하는 과정인 '신기한 아기나라'부터 시작했어요" 처음엔 별 진전이 없는 듯 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애정을 갖고 현석이를 지도한 결과 5개월쯤 지나서 말문이 트였다고. "현석이가 처음 글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너무 기뻐서 아이 어머니와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어요" 결혼전 일반 회사원으로도 일했었다는 이씨는 "학습지 교사는 주부가 가질 수 있는 직업 가운데 최상"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무엇보다 시간 관리를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좋다. 새벽에 조금만 일찍 일어나면 오전중에 청소나 빨래 등 집안 일을 끝내놓고 나가 늦어도 오후 6~7시면 집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월 수입도 1백40만원 선으로 괜찮은 편이다. 보람도 크다. 아이들이 한글을 깨쳐 글을 읽기 시작하거나 학부모들에게 감사 전화라도 받으면 정말 일할 맛이 난다고. 하지만 이 일도 결코 만만하지는 않다. 특히 중요한 것은 "체력"과 든든한 각오.각종 교재에 매직풍선 색종이 사탕 등 보조교재 까지 넣다보면 가방 무게가 7kg은 족히 된다고.간혹 눈비라도 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반나절 동안 이집 저집 돌아다니려면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게도 된다. "처음 방문교사 일을 시작해서 적응하기 까지 6개월 간은 쉰 목소리로 다닐 것도 각오해야 한다"고 이씨는 덧붙였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