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준비했는데 너무 어려워 올해는 합격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올해 안되면 내년,내년에도 안되면 후년에 다시 도전할 겁니다"
베이징의 외국인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여성인 왕야후이(王雅暉·26)씨.법대 출신인 그는 최근 시내 한 중학교에서 치러진 사법고시를 본 후 이렇게 말했다.
기어이 사시에 합격,판사가 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왕씨가 응시한 시험은 중국 전역에서 실시된 제1회 사법고시.판사 검사 변호사가 되기 위한 자격시험으로 우리나라 사법고시와 유사하다.
이번 시험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응시자는 모두 36만여명으로 대학생 회사원 공무원 등 다양했다.
베이징의 경우 주요 학교 및 관공서 5백83곳에서 1만7천여명이 시험을 봤다.
중국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은 사법고시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올해 처음 실시된 통일 사법고시는 법률행정 개혁의 산물이다.
국가공인 법률 전문인력을 양성,급증하는 법률행정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게 중국 사법당국의 의도다.
기존에는 변호사 자격시험이 있었을 뿐,검사 판사는 모두 해당 기관 근무자가 승진,판·검사 일을 했다.
이는 법률행정서비스 질의 낙후로 이어졌다.
중국 법관은 전문지식이 약해 법리(法理)를 철저히 따지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법정주변에서는 '법리보다는 변호사의 관시(關係·인맥)에 따라 판결문이 쓰여진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기도 한다.
변호사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11만명에 달하는 중국 변호사 중 대학4년 과정을 졸업한 사람은 절반에 불과하다.
'무늬만 변호사'가 많다는 얘기다.
지방으로 갈수록 더 심하다.
중국 당국은 사법시험이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의법행정(依法統治)의 틀을 세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법고시는 이제 중국에서도 변호사 판사 검사의 등용문이 됐다.
법률서비스 수요가 늘면서 유능한 변호사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많은 경우 사시 패스는 신분상승을 뜻하기도 한다.
베이징의 대학가에 사법시험준비 학원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이유다.
중국에도 법률환경 변화와 함께 '사시 열풍'이 불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