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2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베세토 오페라단의 '카르멘' 공연에는 특이한 경력을 가진 성악가가 한 명 출연한다. 남자주인공 돈 호세를 짝사랑하는 시골 처녀 미카엘라 역으로 출연하는 소프라노 이점자씨(41·창원대 음대 교수). 지난해 초 10년간의 오스트리아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모교에서 교수로 재직중인 이씨는 가난에 허덕이며 방직공장에서 실을 뽑던 여공에서 오페라 무대의 '디바'로 화려한 변신을 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여공에서 오페라 '디바'가 됐지만 그는 어려웠던 시절 공장에서 친구들이 불러주던 '이점자'란 이름을 자랑스러워한다. 유학생들이 편의상 갖고 있는 그 흔한 현지이름 조차 없다. '이점자'란 이름에 자긍심을 불어넣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왔기 때문이다. 유학 도중 정류장에서 운명처럼 만난 남편(빈 국립대 연극영화과 교수)과 9세의 아들을 두고 있는 이씨는 "내 속의 희망을 따라 실컷 살고자 했을 뿐이며 지금도,앞으로도 '실컷 사는' 그 과정 자체가 내게 큰 기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