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일자) 월街 부실분석 파문 남의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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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린치를 비롯한 미국 굴지의 증권사들이 엉터리 투자의견을 제시해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친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고, 급기야 월가가 신뢰위기에 빠져들고 있다는 소식은 결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미국의 증시분석가들이 왜곡된 보고서를 내게 된 주요 배경이 자사의 이익을 챙기려는 증권사들의 도덕적 해이에 있고 우리의 사정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애널리스트가 보고서를 쓸 때도 이해당사자들로부터 갖가지 압력과 회유를 받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증권사가 애널리스트로 하여금 매수추천 의견을 내도록 한 뒤 보유주식을 매각하거나, 기관투자가 등 큰 고객에게 먼저 보고서를 보내 주식을 사게 한 다음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일은 심심찮았다.
이런 문제를 바로잡고자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증권업 감독규정을 개정해 애널리스트가 종목추천 보고서를 낼 때 증권사의 보유주식과 애널리스트의 재산적 이해관계를 공시토록 하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각종 편익을 제공받지 못하도록 한데 이어, 앞으로 두달간 애널리스트의 불법사례를 감시키로 했다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근본적인 대책으로 증권사의 영업부서와 기업분석부서 사이에 정보 차단벽이 필요하다고 본다.
증권사의 영업활동에 애널리스트가 대거 동원되는 것은 물론 영업에 불리한 보고서는 작성하기도, 발표하기도 어려운 것이 증권가의 해묵은 관행이고 보면 미국처럼 기업분석부서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내부통제를 의무화하거나 별도법인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은밀하게 이뤄지는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기업간의 유착관계도 뿌리 뽑아야 할 것이다.
왜곡된 투자보고서와 증권사의 모럴해저드는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내 소송의 대상이 되고 미국에서 보는 것처럼 시장마저 신뢰위기로 내몬다는 점에서 사전예방은 무엇보다 긴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