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부실 사전 방지" 포석 .. 금감원, 은행 가계대출 감독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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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적 부실방지 대책"
금융감독원이 은행권 가계대출에 대한 감독기준을 강화하고 나선 배경은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된다.
가계대출 연체율(3월말 현재 1.37%)이나 대출자금의 용도로 보면 아직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지만 경기가 다시 나빠져 연체율이 높아지는 등의 사태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가계대출 현황=국민 조흥 하나 신한 한미 외환은행 등 6대 시중은행의 조사에서 가계대출중 소비지출용 자금은 12.0%로 조사됐다.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이 2000년말 1백5조원에서 2001년말 1백54조원으로 49조원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이중 5조9천억원 가량이 소비에 쓰였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 정도라면 자금용도가 비교적 건전했다는게 금감원의 평가다.
그러나 금감원은 은행권 가계대출과 신용카드채권의 연체율이 작년말 1.21%와 7.38%에서 3월말 현재 각각 1.37%와 8.93%로 상승추세를 보인 점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신용카드 채권 연체율은 미국 상업은행 평균치의 1.8배에 달해 한층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의 대책=현재 정상여신과 요주의여신에 대해 최소한 쌓아야 할 충당금 비율은 각각 대출금액의 0.5%와 2%다.
금감원은 이 비율을 높여 다음달부터 은행권에 일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각 은행은 또 오는 6월말까지 가계대출 부실화 가능성을 미리 감지해 대응할 수 있는 가계대출 조기경보시스템을 갖추고 운영에 들어가야 한다.
금감원은 하반기부터 은행별로 조기경보시스템 내용과 운영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특히 주택가격이 급락할 경우에 대한 대비책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주택담보대출의 건전성 분류기준을 강화했다.
지금까지 주택담보대출은 3개월 이상 연체되더라도 담보를 팔아 회수가능한 금액이 대출액을 초과할 경우에는 요주의로 분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대출액이 담보가치의 60%를 넘는 경우에는 3개월 이상 연체되면 즉시 고정으로 분류해 충당금 비율을 높이도록 했다.
또 담보가치의 60% 이상을 빌린 대출자에 대해서는 개인신용평가 대상에 포함해 채무상환능력을 검토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은행측 반응=상당수 은행들이 이미 가계대출 전략을 수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조흥 신한 등은 최근 가계대출 부실에 대비해 신용대출 대상과 부동산담보대출 한도를 줄였고 나머지 은행도 작업중이다.
하지만 은행권은 아직 가계대출 연체율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가계대출 규모를 급격하게 줄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장경훈 하나은행 가계금융팀장은 "은행권 전체로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담보가치중 대출금액 비율을 평균 70% 안팎으로 비교적 보수적으로 운영해 왔다"며 "다만 대출 자격과 한도액 기준을 좀 더 엄격하게 적용하는 움직임이어서 고객 입장에서는 대출이 까다로워졌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전문가들은 기존 대출자들의 경우 당장 큰 염려를 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다.
은행들이 새로 정하는 가계대출 규정은 신규대출자에게 우선 적용될 뿐 기존대출자에게는 소급 적용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만기가 됐을때다.
예컨대 아파트를 담보로 제공하고 1억원을 대출받은 사람이 만기가 됐을 경우 담보비율이 줄어들었다면 1억원을 고스란히 연장하는건 불가능하다.
담보비율이 하락한 만큼의 돈을 어떤 식으로든 상환해야 한다.
따라서 기존에 대출을 받은 사람은 만기가 되기전에 미리 여유자금을 확보,일정액을 상환할 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규로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은 빡빡해진 대출규정으로 인해 필요자금을 모두 대출받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대비,대출금이 많이 필요한 사람은 가급적 대출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대출시기를 무조건 앞당길 필요는 없다.
김인식.박해영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