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kim@hanmiparsons.com 건축은 도시 형성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조형예술이자 우리 생활의 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중들에게 건축은 아직껏 '예술적 가치를 가지거나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상'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건축을 예술적 문화적 관점에서 '이해'하기보다는 사회적 경제적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 밖으로 보이는 뭇 건물들의 단조롭고 밋밋한 외관이나 무질서한 스카이라인,그리고 한강 변의 빈틈을 비집고 마치 병풍을 친 것처럼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가 바로 이런 사회적 현상의 결과물이 아닐까 한다. 과연 우리에게 있어 아름다운 건축이란 무엇인가. '건축은 곧 시대의 거울'이란 말이 있듯이 건축물에 대한 가치기준 또한 시대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 건축물이 보호대피소(shelter) 개념으로만 이해되던 시절에는 싸고 튼튼한 건물이 미덕일 수밖에 없었으며,필요하다면 언제라도 '허물 수 있는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시대와 가치관이 변한 오늘날에는 인간의 숨결을 담아내지 못하거나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건축물은 그저 생명력 없는 콘크리트 덩어리에 불과한 것이다. 뉴욕에 있는 유명한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백남준의 레이저 아트가 펼쳐졌을 때 미술관 자체가 갖고 있는 건축적 아름다움과 백남준 예술의 절묘한 조화가 국제적인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건축물이 예술작품의 한 부분으로까지 확산되고 승화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이런 감동을 맛볼 수 있는 길은 요원해 보인다. 일반 대중들이 건축물이 표현하고자 하는 언어나 미적 가치를 이해하고,건축가들의 창작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사회적 풍토가 조성되지 않는 한 그런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건축물의 가치를 수익성이나 위치,주변상권,전용면적비율,교통 및 접근의 편리성 등 경제적인 요소만 가지고 따지는 왜곡된 인식의 한계로부터 한시 바삐 벗어나야 한다. 주위와 조화되지 못하는 빌딩이나 마치 성냥곽 같은 아파트 단지를 양산해 온 획일적 보편주의의 질곡 또한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그리고선 건축물이 지녀야 할 목적이나 기능을 충족하면서도,다른 한편으로는 환경이나 자연과 어우러지며 우리의 삶을 담아내는 건축물이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는 새로운 건축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의 건축문화가 급속한 근대화 과정에서 입은 생채기들이 치유되고,대중은 비로소 우리 민족의 문화적 자부심과 고유한 정서가 녹아있는 아름다운 건축물을 가까운 주변에서 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