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는 없다"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밥 비어색 공보관의 말이다. 비어색 공보관은 "미국에선 선거자금 지출이나 선거운동 방법 등에 대해 사실상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그 대신 자금의 수입.지출을 엄격히 감시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미국에선 대통령은 물론 상.하원의원 후보자 모두 선거자금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 대통령선거에서 국고보조금을 받는 후보에 한해 지출에 제한을 둘 정도다. 그러나 민주.공화당 등 주요 정당후보자는 후원금이 충분하기 때문에 굳이 국고보조금을 받을 필요가 없다. 미국의 경우 선거자금에 제한을 두지 않아 고비용 정치의 문제가 생길수 있다. 그러나 선거자금 규모를 제한하는 방법은 택하지 않고 있다. 1인당 후원금의 한도를 정하는 간접적인 규제에 의존하고 있다. 선거자금의 수입.지출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정경유착의 폐해를 예방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저비용 정치를 명분으로 현실에 맞지 않게 선거자금 한도를 제한해 범법자를 양산하는 우리나라 시스템과는 거리가 멀다. 선거운동 방법도 마찬가지다. 비어색 공보관은 "선거운동 방법에 관한 법규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는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허위사실 공표나 공무원의 선거운동 등이 금지될뿐 그밖의 것은 모두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연설회나 유인물, 방송, 호별방문 등에 대한 제한이 없으며 사전선거운동도 규제받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현수막 어깨띠 인쇄물 등 시시콜콜한 것까지 61개 법조항으로 묶어두고 있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선거비용에 대한 법률상 규제는 없다. 정당간 협약에 의해 선거비용을 자율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을 택한다. 물론 선거자금 회계보고서는 일반에게 공개하도록 돼 있다. 선거운동을 언제 시작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정당간 협약으로 대부분을 결정한다. 외국의 전문가들은 선거에서도 규제는 이롭지 못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다만 부패를 막기 위해 △규제 현실화 △투명성 △시민참여 등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스 디터 클링게만 자유베를린대 교수는 "규제위주의 정책은 부패방지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률을 강화하는 것보다 회계관리자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해 정당의 입.출금 내역이 정확히 공개되도록 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페터 아이겐 국제투명성기구(TI) 회장은 "반부패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규제강화보다는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시민들은 언론을 통해 정치인들의 행동을 살펴보며 분노하기도 하고 이해하기도 했다"며 "언론이 정치인들의 활동을 투명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유럽의회 반부패국가그룹(GRECO) 알렉산더 세거 법무담당 행정관은 부패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시민의식 수준을 높이는데 신경을 더 써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우선 좋은 법이 마련돼야 하고 그런 다음 정당의 자금조달이 투명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대중의 참여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를린=김동욱 기자.워싱턴=윤기동 기자 kimdw@hankyung.com ----------------------------------------------------------------- < 특별취재팀 > 김수섭 정치부장(팀장) 오춘호 김형배 이재창 홍영식 김병일 김동욱 윤기동 기자(정치부) 고광철(워싱턴) 특파원 강혜구(파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