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원 동원증권 주식선물팀장(39). 그는 한때 여의도 증권가의 '이방인'이었다. 시장을 보는 눈과 투자방식이 독특했기 때문이다. 지난 99년 하반기. 그 당시 데이콤은 10배 오르고(68만원까지 상승), 새롬기술이 1백배(3백만원) 이상 폭등하는 등 IT(정보기술) 및 인터넷 관련주가 전성시대를 구가했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종목을 외면했다. 내재가치로 설명할 수 없는 '버블'이라는 판단에서다. 당시 동원투신 펀드매니저였던 이 팀장은 수익률이 낮아 고객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그는 태평양 롯데칠성 등과 같은 비(非) 인기주식을 잔뜩 안고 있었다. 이듬해 증시는 하락기로 돌아섰다. IT 거품이 사라지면서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2000년 4월부터 2001년 3월말까지 종합주가지수는 39%, 코스닥지수는 67%나 급락했다. 이 와중에서 그는 6백31억원을 투자해 88억원의 수익(14.09%)을 올렸다. 태평양 롯데칠성 신세계 등 이른바 '가치주'를 많이 갖고 있던 덕분이었다. 지난해에도 그는 종합주가지수(71%)를 크게 웃도는 1백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는 이제 더이상 이방인이 아니다. 대세 하락기와 상승기를 거치면서 모두 시장대비 초과수익을 기록하면서 그의 투자방식은 인정받기 시작했다. 증권가에선 '이채원 따라하기'란 유행어가 나올 정도다. 이 팀장의 투자원칙은 뭘까. '내재가치보다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기다리는 것' 10년 넘게 주식과 씨름하면서 체득한 그의 유일무이한 투자철학이다. 이른바 가치투자(Value Investment)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저위험-적정수익(low risk-middle return)' 원칙이다. 가치투자는 경제상황이나 단기적인 시세변동에 연연해하지 않는 것. 대신 개별기업의 내재가치를 따져 저평가된 종목을 매입, 장기보유한 뒤 적정가격에 도달하면 매도하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6만원대에 사 30만원대에 이른 롯데칠성이었다. 이 팀장은 "시장전체를 예측하는 일은 너무 어려운 영역이며 설사 한두번 맞히더라도 다음에 틀릴 확률이 높다"면서 "그러나 실적 등 개별기업의 내재가치를 판단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쉽다"고 말했다. '숲'보다 '나무'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나무를 중시할 때 장기투자를 위한 인내력과 느긋함이 생긴다고 강조한다.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투자종목의 기업가치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만 확인되면 오히려 저가매수 타이밍으로 생각들면서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제조건이 있다. 자신이 잘 아는 기업이라야 한다. 이 팀장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업종의 기업은 가급적 손대지 않는게 좋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가치투자가 반드시 고수익으로 연결되는건 아니다. 이 팀장은 그래서 개인들은 '대박'보다 '저위험-적정수익'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회사채 금리보다 높은 수익만 내면 성공이란 기분으로 주식투자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웬만한 종목의 주가가 지난해보다 1백∼2백% 이상 오른 요즘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또 주가가 자신이 판단하는 적정수준에 도달하면 미련을 버리고 팔 수 있는 냉정함도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이 팀장은 지난 3월말 농심 한섬 한일시멘트 등 1백∼2백% 가량 수익을 낸 종목을 모두 처분하고 최근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우) 한국전력 삼천리 가스공사 한일철강 경동보일러 고려제강 LG가스 SK가스 유한양행 동일방직 다함이텍 등이 주요 종목이다. 이들은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고 저평가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는 "시장평균에 비해 PER(주가수익비율)와 PBR(주가순자산비율)가 낮고 이익 성장세가 지속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 놓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상품주식 운용한도(1천2백억원)중 1천50억원을 주식으로 갖고 있다. 주식비중이 87%에 달한다. '이채원의 가치투자'가 올해 어떤 성과를 올릴지 주목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 [][] 이채원의 투자원칙 .가치투자:경제상황 및 단기 시세 변동과 무관하게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종목 장기 보유 .저위험.적정수익추구:수익률 극대화보다는 위험의 최소화를 중시 [] 내재가치 판단기준 (1)기업의 기본가치-규모, 업력, 사업전망 (2)경영자 자질-합리성, 건전성 (3)재무건전성-부채비율, 금융비용부담률, 유동비율 (4)수익성-매출액이익률, 자기자본이익률(ROE) (5)수익안정성-지속적인 수익창출 (6)수익성장성-주당순이익(EPS) 증가율 (7)적정한 배당-배당수익률, 배당성향 (8)자산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