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바꿔야 '경제'가 산다] 3부 : (6) 선거비용제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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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8월 30일 치러진 최고위원 경선을 위해 5억4천만원을 썼으며 이 가운데 2억4천만원은 선관위에 등록하지 않은 사실상 불법 선거자금이었습니다. 엄청난 정치자금이 소요되는 정치현실을 바꾸기 위해 고해성사하는 심정으로 내 잘못부터 털어놓게 됐습니다"
민주당 김근태 상임고문이 얼마전 현행법과는 동떨어진 우리나라 정치의 고비용 구조를 개탄하며 양심선언을 했다.
당시 당 안팎에서는 "5억원대의 비용도 최고위원 당선자 중 가장 적은 편에 속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일각에선 수십억원 사용설이 나돌기도 했다.
김 고문의 고백 이후 당내 선거가 그 정도라면 12월 대선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될 것이라는 얘기로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김 고문의 고백은 '돈선거' '돈정치' 풍토라는 우리 정치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적지 않은 반향도 불러 일으켰다.
각종 선거의 비용상한제는 돈이 많이 드는 정치현실과는 동떨어진 대표적 규제사례로 꼽을 수 있다.
국회의원 선거비용의 상한액은 1억2천6백만원(16대 선거 평균), 대통령 선거는 3백60억원(17대 대선 선관위 예상치)으로 잡혀 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40억원을 사용하면 당선되고 30억원을 쓰면 낙선된다는 '40당30락설'과 대선에서 수천억원이 투입된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인 실제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상당수 정치인들은 "현행 법체계는 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며 불만이다.
정치자금법을 바꿔 모금한도를 올리는 대신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상시 적자인 정치비용 구조의 근본적인 해결이 전제되지 않는 한 부패유혹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지역학부)는 "현실적으로 선거비용을 상향조정하되 수입과 지출을 국민에게 낱낱이 공개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