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있기까지 오직 애사심으로 버텨준 임직원과 회사를 믿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채권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 12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감격의 탓일까. 3년간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끝에 '졸업장'을 받아든 김석준 남광토건 회장의 인사말에서는 희미한 떨림이 느껴졌다. 이날 채권단은 96.9%의 찬성률로 남광토건의 워크아웃 졸업을 가결했다. 외환위기 이후 워크아웃에 들어간 건설업체로는 첫 졸업생이 배출된 것.채권단은 또 남광토건 임직원들에게 30만주의 스톡옵션도 주기로 했다. 채권단 회의 직후 열린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가장 많이 입에 올린 단어는 '상생(相生)'이었다. 경영진과 임직원 채권단이 신뢰로 똘똘 뭉쳐 '워크아웃 사상 가장 성공적인 사례'(김승유 하나은행장)를 일궈낸데 대한 자부심의 표현이기도 했다. 중견 건설업체인 남광토건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1998년 11월. 당시 자본금은 완전 잠식돼 마이너스 1천1백49억원이었고 차입금은 3천5백42억원에 달했다. 98년 한 해 적자만 1천8백56억원이었다. 차라리 문을 닫고 빚잔치를 하는게 채권단으로서는 이익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회사 임직원의 굳은 회생 의지를 확인한 채권단은 99년 3월 워크아웃 결정을 내리고 6백36억원의 차입금을 출자전환했다. 이에 부응해 남광토건도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수익성이 없는 자산은 모두 내다 팔았고 7백여명이던 임직원을 3백90명으로 줄여야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 부채비율은 3천%를 넘었고 이는 관급공사 비중이 높은 남광토건에 엄청난 부담이었다. 관급공사에서는 재무구조도 중요한 평가항목이었기 때문이다. 2000년 10월 남광토건의 회생 가능성을 확신한 김승유 하나은행장이 주채권은행을 맡겠다고 자청하면서 또 한번 전기를 맞았다. 하나은행과 정리금융공사는 1백27억원을 추가로 출자전환했다. 김승유 행장은 특히 재무구조 개선에만 안주하지 않았다. 주요 공사 발주처마다 쫓아다니며 "자금은 우리가 충분히 지원할테니 안심하고 남광에 공사를 맡겨도 된다"며 지원사격에 나선 것. 이런 노력의 결실로 작년말 남광토건은 드디어 완전한 정상기업으로 변신했다. 자기자본 4백12억원, 당기순이익 1백50억원. 현재 수주 잔액도 1조원이 넘는다. 남광토건 기획부의 김병호 과장은 "회사도 살아나고 채권단도 빚을 모두 회수하게 됐다"며 "상생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