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진출 외국기업 '경영성과'] 선택과 집중..高수익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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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기침체에도 불구,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발군의 경영성과를 올린데는 높은 지명도와 탄탄한 기술력 등을 갖춘 세계적 기업으로서의 질적 차별성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러한 다국적 기업으로서의 '후광' 외에도 △건전한 재무구조 △철저한 업종전문화 △합리적 관행 등 순수 경영내적 요인도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와 컴퓨터,소프트웨어 등 지난해 고전을 면치 못했던 IT(정보기술)업종 기업들의 경영 실적이 기계 석유화학 등 타업종에 비해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은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 건전한 재무구조와 업종 전문화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부채비율은 33.1%.
차입금의존도(총 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는 0%.
외국계 기업들의 상당수가 거의 무차입경영을 하고 있다.
은행에 이자로 나가는 비용이 한푼도 없다는 얘기다.
노키아 역시 차입금 의존도가 0%며 한국에 진출한지 30년이 넘는 유한킴벌리도 순차입금이 47억원(부채비율 54%)에 불과하다.
차입금 비중이 높은 축에 드는 팹코전주의 경우도 부채비율은 1백26%, 차입금 의존도는 44.2%다.
국내의 우량기업과 비슷한 수준이다.
탄탄한 재무구조는 선택과 집중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다각화보다는 한 두개 사업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놀라운 수준의 수익을 창출해 내는 것이다.
한국휴렛팩커드는 지난해 기업체를 대상으로 한 네트워크서버 등 고수익 제품의 판매에 집중한 대신 PC소모품 등 간접비가 많이 드는 소규모 매출은 대폭 줄였다.
그 결과 매출은 3천억원 가량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천2백억원이 증가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 하청생산에서 전략적 파트너로 =외국인투자기업은 해외 모기업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의외로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모기업의 단순생산 하청기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영업망을 갖춘 또 하나의 전략적 생산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전력용 반도체를 주력 생산품으로 하는 페어차일드코리아는 모기업과의 거래비중이 16%에 불과하다.
모토로라코리아는 지난해 '클리오-800' 등 신제품의 매출부진으로 적자폭이 커졌으나 본사와 중국시장 공략을 위한 신제품 개발을 공동 추진하는 등 동등한 파트너로 자리잡고 있다.
르노삼성의 경우 비록 적자폭이 확대됐지만 매출이 5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EBITA(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는 2000년 마이너스에서 지난해 플러스 1천5백억원으로 바뀌었다.
오는 2003년까지 지급되는 일본 닛산자동차에 대한 기술사용료(판매가격의 2%) 부담에서 벗어나고 매출 증가세를 유지한다면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