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갈림길에서 고민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주 1년여중 최고치인 1,332원에 마감된 상황에서 추가 상승과 반락의 양 갈래 길에 근거리로 접근, 그동안 정체 기간의 에너지를 발산할 시점을 궁리하고 있다. 이번주( 4. 15∼ 4. 19) 환율은 방향 선택의 제반여건이 충분히 익지 않은 가운데 정체된 박스권 흐름의 연장선상에 놓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최근 시장을 지배했던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순매도가 어떤 모양새를 보일 것인지가 주목거리다. 외국인 주식순매도의 지속성과 규모가 1,335원에 위치한 저항선 돌파여부와 직접적인 관련을 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외국인 매도세가 중단되면 상승 요인은 현저히 약해지면서 눈길을 아래쪽으로 돌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달러/엔 환율과의 상관성은 크게 약화된 상태다. 급등만 없다면 달러/원의 추가 상승은 어렵다. 이와 함께 물가 불안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당국의 태도 역시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박스권 유지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6명을 대상으로 이번주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325.94원, 고점은 1,335.61원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장중 저점인 1,327원, 고점인 1,333.50원에서 위아래로 확대됐다. 위쪽으로 14명의 딜러가 전고점 테스트에 나서 1,335∼1,336원을 상승의 한계가 될 것으로 내다봤더. 4명의 딜러는 이보다 높은 1,337∼1,338원까지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 1,340원 이상의 상승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 아래쪽으로는 1,325원이 지지선이 될 것이란 견해가 10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5명의 딜러가 1,327∼1,328원을 저점으로 전망했다. 소수 의견으로 1,320원이 1명, 1,330원이 2명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망은 다소 엇갈린 상태다. 일단 지난 1월 23일 장중 기록한 1,335.30원을 테스트할 여지가 있으나 저항선을 뚫는 추가 상승과 향후 하락 기조로의 전환을 위한 반락이 이뤄질 것이란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 수급구조의 변화 여부 '주목' = 지난주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6,904억원에 이르는 순매도를 단행했다. 11일 시간외거래에서 SK텔레콤 주식을 매수하면서 순매수를 보인 외에 순매도 기조는 일단 유지된 측면이 강하다. 시장 참가자들은 외국인의 순매도가 이번주에도 이어질 경우, 아래쪽은 지지되면서 1,335원을 향한 상승 시도를 이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고점 확인을 위한 시도가 일차적으로 이뤄져 저항선의 '강도'를 테스트해 볼 심산이다. 주초 지난 목요일 순매수분 1,540억원이 공급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후 증시에서의 매매동향이 시장 수급에 영향력을 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외국인이 차익실현과 평가이익이 많아 외국인의 매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배당금수요 등과 겹쳐 고점을 테스트하면서 1,337원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외국인이 지난 99년 4개월동안 8조원 이상을 팔아치운 전례를 들어 순매수 전환보다는 포트폴리오 재구성 차원과 미국 증시의 조정으로 인해 매도공세가 연장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시장 자체의 수급이 결제쪽으로 이미 기울었다는 견해도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수출 회복기미가 있지만 수입이 더 늘고 알려지지 않은 수요가 꽤 있는데다 지난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수출 불확실성이 언급돼 물량 공급의 기대가 꺾이고 있다"며 "지난 금요일 단기 박스권의 상단인 1,332원을 넘어섰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고 전했다. 반면 1,330원대에서는 달러매도(숏)마인드가 득세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견해도 만만찮다. 지난주 목요일 일시적인 순매수 전환에 이어 금요일 순매도 규모가 줄었다는 점과 함께 15일이후 네고물량이 점차 쌓일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업체들은 1,330원대에서 네고물량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수급조건의 호전을 기대할만한 요인이 된다는 것. 특히 1,335원 이상에서 매수세가 없어 가수요가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도 가세한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주식순매도가 이어지면 시중 물량을 흡수하면서 1,335원을 테스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외국인 주식매도자금이 줄고 있는데다 달러매수초과(롱)상태로 이월돼 고점 매도 심리가 커지면 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물가불안 우려, 당국의 마음 읽기 = 최근 불안조짐을 보이고 있는 물가에 1,330원대 환율은 부담스럽다. 지난달 수입물가는 전달에 비해 4.4%가 올라 지난 99년 8월 5.6%를 기록한 이후 상승률이 가장 컸다. 지난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성장률 전망을 당초 '4%이상'에서 '5%대'로 상향조정함과 동시에 '내수진작을 통한 경기부양'의 기존 정책기조를 폐기, 정책기조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긴축수단으로서의 여러 방안 가운데 금리 인상은 미국의 금리 인상론이 최근 위축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원화가치 절상'이 부각될 여지가 있다. 수입물가에 부담을 가하는 환율의 상승은 정부의 미세조정 방안에 따라 저항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정부가 금리를 독자적으로 인상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물가압박을 줄이기 위해 환율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며 "시중에 물량이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하락분위기가 서서히 조성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수출회복과 물가불안 사이에서 외줄타기에 나섰던 정부가 일단 주목하는 레벨은 1,335원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외국인 주식순매도 등에 의한 수요우위가 지속돼 추가 상승의 기운이 뚜렷해지기 전에 사전 진압할 것인지, 아직은 물가불안은 기우라고 치부할지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사다. 아직은 매도개입 등의 명분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정부가 불편함이 점차 가중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