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yang@samsung.co.kr 1997년 재미있는 판례가 하나 있었다. 은행이 부도난 기업의 폐기물 처리와 오염된 토양의 복구비용을 물게 된 경우가 그것이다. B회사는 A은행에서 14억원을 대출받은 상태에서 경영부실로 문을 닫게 됐다. 하지만 은행은 담보로 가지고 있던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의 담보권 실행을 통해 소유권을 이전받아 별 걱정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은행은 폐기물 문제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게 됐다. 부동산의 새 주인이 된 은행이 소유권 변경 이전에 이미 방치됐던 공장내 폐기물 처리의 법적 책임도 같이 승계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던 것이다. 결국 A은행은 정화비용을 전부 부담했고 담보 물건의 실제 가치는 뚝 떨어져 채권을 회수하지 못했던 사건이었다. 그동안 환경문제에 영향을 받을 것 같지 않던 금융기관도 환경관리 책임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관련 법규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고객인 기업의 환경관리 수준에 따라 채권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기관은 기업의 환경위험도를 수시로 체크해야 하는 새로운 업무가 늘어난 셈이다. 환경문제가 기업의 수지에 중대한 영향이 미치는 경우에는 대출이나 보증,투자 결정시 기업의 환경성(환경위험)에 대한 정확한 사전평가를 수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환경관리를 철저히 하는 기업에는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것도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범국가적으로 청정사회를 만드는 유인차원에서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 물론 바람직한 상태는 이러한 체제가 조화롭게 갖춰진 것이겠지만 아쉽게도 우리의 현실은 상당부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이나 산업의 환경위험을 정확히 측정하는 일부터 시작해 이러한 환경위험 또는 환경성과가 재무적인 성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존재하는 위험을 줄이고 개선할 수 있는 환경컨설팅과 기술적 수단을 활성화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위험을 커버할 만한 보험 등 다양한 종류의 환경 금융상품 개발이 우리 앞에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선진국은 바로 이러한 기술과 금융의 메커니즘이 유기적으로 환경을 받쳐주는 사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