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코너] 통합론과 守城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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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 정통부 문광부 간의 IT(정보기술)관련 영역다툼이 지칠 때도 됐건만 왜 끊임없이 일어나는 걸까.
산자부와 정통부는 열거하기도 귀찮을 만큼 다투고 있고,정통부와 문광부의 영역싸움도 갈수록 치열하다.
비판이 거세지자 한때 영역을 정했다고 하더니만 지금의 형편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과거 산자부와 과기부가 다툴 때 나름대로 경계를 구분했지만 소용없었던 것과 비슷하다.
생명기술 나노기술 등에서 이들의 신경전은 지금도 여전하다.
이런 부처간 싸움에 대해서 동일사업의 중복,인력과 비용의 낭비 혹은 눈치를 살피는 업계의 비애 등을 지적하는 것도 지겨울 정도다.
그래서인지 "영역을 놓고 싸우는 부처는 무조건 합쳐버리라"는 주장이 자꾸 거세진다.
싸움의 당사자 모두가 이런 주장을 두렵게 생각하면 어느 정도 자제할 법도 한데,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산업과 기술의 융합추세 때문이기도 하겠지만,아무래도 싸움 자체에 대한 계산법이 서로 다른 탓도 있는 것 같다.
세상에는 싸움을 하려는 쪽과 피하려는 쪽간의 어쩔 수 없는 싸움도 많다.
가만히 보면 싸움에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부처일수록 통합을 선호하는 쪽이다.
싸움이 통합불가피론을 환기시켜 준다는 점에서 전혀 손해볼 것이 없다.
이에 반해 싸움을 피하려는 쪽은 독자생존론이다.
수성(守城) 차원에서 통합불가피론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독자생존이 위협받을 정도의 공격이라면 참지 못한다.
산자부와 정통부,산자부와 과기부의 싸움은 이런 측면에서 쉽게 끝날 일이 아니다.
정통부와 문광부의 싸움은 좀 다르다.
서로 통합을 원치도 않지만,아무리 싸운들 밖에서 통합을 요구할 리도 없다고 생각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싸움하기 좋은 조건이니 게임 등 새 영역으로의 확장경쟁이 치열한 것이다.
부처간 통합이든,영역조정이든 차기 정부에서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될 게 분명해 보인다.
그 때는 정말이지 싸운다고 똑같이 취급하지 말았으면 한다.
누가 더 잘못하고 있는지,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은지는 반드시 관련업계에 물어볼 일이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