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대 미국 기업들의 안살림을 도맡으며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2인자로 떠올랐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기업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엔론 타이코인터내셔널 등이 분식회계와 불성실 공시로 주가폭락을 경험한 데 이어 제너럴일렉트릭(GE) IBM 제록스 등 굴지의 대기업들도 부실회계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뉴욕타임스는 14일 'CEO로 가는 관문'으로 통하던 기업 재무부서가 추락하고 있다면서 CFO의 시대는 끝났다고 보도했다. 20∼30년전만 해도 CFO는 주로 회계전문가였다. 기업전략 부문은 손대지 않았으며 업무도 재정에만 국한됐다. 이들은 그러나 80년대 들어서면서 기업 인수합병(M&A),투자 등으로 영역을 넓혀 나갔다. 90년대엔 차기 CEO로 인식되면서 기업내 서열 2위로 부상했다. 루이스 카밀레리(필립모리스),존 커힐(펩시),스탠 오닐(메릴린치) 등이 모두 CFO 출신 CEO다. CFO들은 공격적인 M&A 등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골몰했다. 이같은 관행에는 월가도 한 몫 했다. 투자자들은 기업에 실적을 좀더 자주 발표하라고 독촉했다. 이에 따라 CFO는 회계란 본연의 업무 대신 '영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 하지만 부실회계 의혹을 받아온 기업들의 주가가 잇따라 폭락하면서 'CFO 자숙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헤드헌팅업체인 스펜서 스튜어트의 피터 맥린은 "엔론사태는 부도덕한 CFO가 기업을 망하게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줬다"면서 "현재 CFO를 구하는 기업들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도 바로 도덕성"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