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을 5.7%로 대폭 높여 잡은 데는 향후 경기과열 가능성을 미리 경고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보수적인 한은이 매년 두차례 공식 경제전망(7월, 12월)과 별도로 수정전망을 내놓은 것부터가 매우 이례적이다. 물가불안에 대비해 선제적 금리인상 등 통화정책의 큰 줄기를 바꾸기 위한 정지작업이기도 하다. ◇ 경기과열 가능성 =한은은 올 성장률을 종전(3.9%)보다 1.8%포인트나 높여잡았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이미 5∼6%대로 올려놓은 터여서 새로울 것은 없다. 하지만 그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한은의 경기인식을 △본격 확장국면 진입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과열 가능성 △인플레 우려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박승 한은 총재가 "시장은 금리인상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은은 분기별로는 1.4분기 4.7%에서 2.4분기부턴 6% 안팎에 이를 것으로 봤다. 2.4분기(5.8%)부턴 잠재성장률(5%대)을 웃도는 '과열국면'에 접어든다는게 한은의 진단이다. ◇ 내수활황에 수출도 회복 =한은은 경기회복의 전제조건으로 봤던 설비투자(6.1%)와 상품수출(8.4%)이 본격 회복세를 탈 것을 내다봤다. 여기에다 민간소비(6.0%) 건설투자(9.3%) 등 내수는 여전히 호조다. 내수가 끌고 수출이 뒤에서 미는 경기확장 국면인 셈이다. 정명창 한은 조사국장은 "해외돌발변수가 없다면 국내 경기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 딥'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 금리인상 불가피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1%로, 근원인플레율은 3.4%로 각각 소폭 높여잡았다. 하반기에는 근원인플레율이 3.7%로 예상돼 한은의 억제목표(4%선)에 바짝 다가서게 된다. 따라서 부동산투기, 가계빚 등 저금리 부작용 못지않게 경기 물가 면에서도 금리인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다만 미국의 금리인상이 하반기로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금리를 올리기는 껄끄러운 부분이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