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들의 소비 수준은 대체로 소득보다 높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소비의 하방경직성(어느 수준 이하로 더이상 내려가지 않는 성향)이 강할 뿐 아니라 상당부분 거품이 발견된다. 한국인의 거품소비 경향은 체면과 충동을 두 축으로 한다. '프라다' 핸드백을 유난히 덜렁거리고 다니는 소비자가 많는 것도 이래서다. TV홈쇼핑이 지난달 사상 최대의 매출 실적을 올린 일이나 백화점의 명품매장 매출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도 우리 소비문화의 일면이다. TV홈쇼핑의 경우 패션상품 반품률이 지난해 20%대에서 올들어 40%대로 치솟고 있다. 명품 매장에는 계 모임을 통해 목돈을 거머쥔 여대생과 직장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시장에서 중도세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방향은 두 가지다. 중산층 일부가 고가품 소비에 가세하는 것과 함께 또다른 일부는 철저한 실용 노선으로 돌아서고 있다. 여기에다 세계경기 침체와 경제정책의 혼선 등이 중산층 몰락을 가속화시켰다. 건강한 소비문화를 이끌어갈 중산층의 부재는 사회적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갈등의 완충지대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양극화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일은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도 베이비붐 세대(1960년 전후 출생 세대)가 소비 상류 계층으로 이동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저가품 중심의 대형 할인점으로 세계 1위 기업에 오른 월마트가 고가품 취급을 공언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미국시장도 백인·아시아계 고소득층을 겨냥한 고급품과 흑인·히스패닉계 저소득층을 위한 저가품 시장으로 양분되고 있다. 중가품 시장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지난 90년대 10년간 경제호황으로 중산층의 가계소득이 꾸준히 늘어난 데 비해 저축률은 대공황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돈이 대거 소비부문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반면 일본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저가품 신드롬을 몰고온 '유니크로'나 '1백엔숍 다이소' 등이 승승장구하는 것도 짠돌이 소비자들 덕택이다. 소비양극화로 치닫는 미국과 한국은 경기회복의 서광이 비치는 반면 알뜰 소비로 일관하는 일본은 장기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연한 경제현상이겠지만 인간 사회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돈이란 역시 쓰고 봐야 하는 것인가.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