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앵글로색슨的 경영방식 .. 朴哲洵 <서울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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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로색슨의 위력은 우리 사회 전반에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그 중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곳이 기업이다.
금융권을 보자.거의 모든 은행이 '기업금융 축소·소비자금융 확대' 전략을 수행한다.
이는 은행들이 IMF체제 이후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며 앵글로색슨계 컨설팅회사의 자문을 받았고,그들의 처방이 바로 이것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사고 및 태도 또한 급속히 앵글로색슨 지향적으로 바뀌고 있다.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은 단연 앵글로색슨계 컨설팅 또는 투자회사다.
최고의 인재들이 한 기업의 조그만 지사에 지나지 않는,더구나 40대만 되어도 용도 폐기되는 이들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비굴할 정도의 노력을 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경영자들을 보자.필자는 최근 경영자들과의 워크숍에서,직원의 충성과 헌신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 고용관계와 시장기능 중심의 앵글로색슨적 고용관계에 대해 물어 보았다.
그 결과 70% 이상의 경영자가 후자를 훨씬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관계로 보았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이들 표정이 마치 '이런 사고를 가진 나는 최첨단의 경영자'란 듯이 의기양양하다는 점이다.
우리의 대중매체는 어떤가? 구조조정 결과 탄생한 거대은행은 수신금리를 낮추고 대출금리를 높이며 무료로 제공하던 각종 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하여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보다 높은 가치의 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제공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단순히 이전에 은행이용자들이 누리던 혜택을 강화된 시장지배력으로 빼앗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같은 일을 앞장서 해 온 은행 경영자들은 대중매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경영자'로 칭송을 받는다.
앵글로색슨에의 맹종은 몇가지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제대로 알고 도입하는가 하는 점이다.
효율성 향상 방안 중 하나는 원자재 및 부품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이에 대한 컨설팅회사의 처방은 사업 및 부서간 조달기능을 통합하는 것이다.
이는 규모를 늘려 시장지배력을 높이고,이를 통해 공급자들이 공급가를 낮추도록 압박하는 '힘의 논리'에 근거한다.
하지만 앵글로색슨기업 중 진정한 의미의 최고기업은 힘의 논리보다 '운명 공동체적 논리'를 선호한다.
즉 통합을 단순한 지배력 강화 수단이 아니라 공급자들이 규모의 경제를 누리게 하는 수단으로 보고,이를 통해 자발적으로 공급가를 낮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앵글로색슨적 방식을 제대로 도입한다 해도 우리는 결코 세계 일류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이 앵글로색슨적 경영으로 성공하려면 우리의 사업환경 및 제도가 그들의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으로 자본시장 노동시장 기업지배구조 등 각종 제도를 앵글로색슨적인 것으로 바꾸려 노력한다.
만약 정부의 이런 노력이 성공한다면 우리 기업은 세계수준의 기업이 될 수 있는가.
앵글로색슨계 기업은 오랜 세월 그들의 제도에 가장 적합한 역량을 구축해 왔다.
우리 기업이 그들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뿐만 아니라 막상 우리가 그 수준의 역량을 갖출 때면 그들은 그 동안 그들의 역량을 더욱 강화하여 훨씬 멀리 달아날 것이다.
앵글로색슨에의 집착이 갖는 또 다른 문제는 '우리 환경 및 제도를 그들의 것으로 바꾸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자본시장 등 물리적 인프라에 해당하는 공식적 제도는 바꾸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나,규범 가치관 같은 비공식적 제도는 변화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재 사업환경과 제도,그리고 기업의 경영방식에는 분명 비효율적인 점이 많다.
우리의 선택은 단순히 앵글로색슨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그러나 지금보다 훨씬 효율적인 새로운 사업환경 및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 기업의 경영방식 또한 단순히 앵글로색슨적인 것이 아니라,새로운 환경 및 제도에 적합한 우리만의 것이어야 한다.
cpar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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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