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가 한국을 바꾼다] 제2부.화폐혁명 : (1)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 신용 천국 미국서 배운다 ]
미국 프로야구단 텍사스 레인저스로 옮긴 투수 박찬호의 첫 선발등판 경기가 열린 지난 2일 캘리포니아주의 오클랜드 구장.
티켓 창구 앞에는 표를 사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40m의 행렬을 이루고 있었다.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갑에서 꺼내든 것은 현찰이 아닌 신용카드였다.
신용카드는 입장권 구입 때만 쓰이지 않았다.
구장내 간이 매점에서 콜라 햄버거 치킨 등 간단한 먹거리를 사먹는 데도 카드를 동원했다.
5달러(약 7천원)짜리 군것질을 하는 데도 카드는 요긴하게 쓰였다.
아무리 작은 액수라도 언제 어디서든 신용카드로 지불할 수 있는 곳이 미국이었다.
◇ 한 장이면 다 통한다 =미국은 말 그대로 '신용카드 천국'이다.
카드 한 장으로 통하지 않는 곳이 없다.
지난해 미국에서의 카드 총사용액은 1조7천6백억달러.
전체 민간 소비지출액의 18%가 신용카드를 통해 이뤄졌다.
비자인터내셔널의 폴 올리바 홍보이사는 "물품 구매에서 카드와 다름 없이 쓰이는 '체크(일종의 가계수표)'까지 합치면 미국인들이 현찰로 직접 결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미국에서는 야구장 병원 학원 법률사무소 패스트푸드점 심지어 택시에 이르기까지 카드가 통용되지 않는 곳이 없다는 설명이다.
약국 성형외과 라식수술전문안과 외국어학원 예체능학원 골프센터 여성피부관리업소 법률사무소 등 '카드 사각(死角)지대'가 버젓이 남아 있는 한국과 다른 점이다.
'확실한' 신용 인프라 역시 미국 카드시장 성장에 한몫 했다.
엑스페리언 에퀴팩스 등 미국 신용정보 회사들은 개인신용평가(크레디트 뷰로) 점수를 카드사에 제공하고 있다.
카드사는 이 정보를 활용, 카드 발급 여부 및 사용액 한도를 결정한다.
"발달된 신용평가 시스템 덕분에 카드사들은 연체 위험을 줄이면서도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 있다"는게 올리바 이사의 설명이다.
미국 카드사들도 국내 카드사와 마찬가지로 할인점 쇼핑센터 등에서의 가판영업을 통해 신규회원을 유치하는 등 공격적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 카드사용 활성화 나선 미국 정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신용카드의 장점을 강조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어느 기자회견 석상에서 사과박스 분량의 서류를 쌓아 놓고 다른 한 쪽에는 책 한 권 분량의 서류를 놓았다.
"정부가 신용카드(구매전용카드)로 물품을 구매한 이후 구매 관련 서류가 이렇게 줄어들었다"며 구매카드의 효율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비자인터내셔널의 파울로 페르난데스 상용카드 담당 이사는 "미국 연방정부는 지난해 구매카드로 약 1백36억달러(약 18조원) 어치의 물품을 조달했다"며 "현금이나 어음으로 상품을 샀을 때보다 약 13억달러(약 1조8천억원)의 경비 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카드사용의 활성화가 궁극적으로 경제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신용카드 사용과 발급을 규제하는 정책을 내놓을리 만무하다.
'시장'이 아닌 '상황'의 논리로 걸핏하면 카드업계를 옥죄는 한국 정부와의 차이점이다.
◇ 미국도 부러워하는 국내 카드산업 =비자인터내셔널의 토머스 메네시스 부사장은 "미국 카드산업이 한국에 비해 성숙한 것은 사실이지만 신기술이나 연체율 등에선 한국이 미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드사와 휴대폰 업체가 제휴해 내놓은 모바일 카드는 국내에서 이미 1백만장 이상 보급됐다.
모바일 카드는 통신과 금융이 결합한 '1세대 스마트카드'.
메네시스 부사장은 "한국처럼 인터넷과 통신 인프라가 발달된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덕분에 한국은 스마트카드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카드사들의 뛰어난 연체관리 능력도 미국 카드사들이 부러워하는 대목이다.
단적인 예로 삼성.LG카드의 연체율(1개월 이상)은 각각 1.49%와 2.22%로 미국 카드사 평균 연체율(6.6%)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샌프란시스코=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
-----------------------------------------------------------------
특별취재팀 =이학영 경제부장(팀장) 고기완 백광엽 박수진 박해영 최철규 송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