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버라이어티 쇼 코미디 .. 영화 '울랄라 씨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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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현 감독의 "울랄라 씨스터즈"는 본격 버라이어티 쇼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다.
이미숙 김원희 김민 김현수 김보성 등 4명의 여성과 한명의 남성이 나이트클럽을 무대로 춤과 노래,의상,코믹연기 등 다채로운 볼거리들로 승부한다.
어설픈 막춤을 추는 불혹의 중견배우 이미숙 등 멋진 스타들의 망가지기로 웃음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와이키키브라더스"가 밤무대 가수들의 사위어가는 모습을 그렸지만 "울랄라~"는 위기를 딛고 재기하는 이들의 삶을 다뤘다.
"울랄라~"는 나이트클럽 "라라클럽"과 "네모클럽"간의 3대에 걸친 혈투를 기둥줄거리로 삼고 있다.
제목은 "우리는 라라클럽의 시스터즈"란 뜻.
빚더미에 허덕이는 라라클럽의 여성4인조가 라이벌 네모클럽의 김거만 사장(김보성)의 횡포에 맞서 고초끝에 이를 물리고 성공하는 내용이다.
양대 업체간의 다툼은 주변부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라이벌업체에 미성년자를 몰래 입장시킨 뒤 행정관청에 찔러 영업정지를 내리고,잘 나가는 가수를 빼오며,고리사채를 쓰도록 유도한 뒤 경영권 탈취를 시도하는 것 등이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캐릭터들은 개성적이다.
온 몸을 던져 클럽을 지키는 고집불통 여사장 조은자(이미숙),행패손님을 단박에 끝장내는 다혈질의 터프걸 장미옥(김원희), 타고난 음치지만 립싱크로 가수 등극을 꿈꾸는 나혜영(김민),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여 주위사람들을 당황케하는 순진녀 민경애(김현수),이들 "울랄라 시스터즈"를 곤경에 몰아넣지만 번번이 당하는 귀여운 악당 김거만(김보성).
어린시절 김거만이 조은자에게 맞아 우는 도입부 장면은 조은자가 이끄는 울랄라시스터즈가 결국 승리할 것임을 예감케 한다.
고객모시기 작전용으로 다양하게 분장한 네 여주인공의 춤과 노래 공연은 이 영화의 최대 무기다.
울랄라시스터즈는 흑인 가발과 얼굴분장으로 디스코를 추거나,옆구리가 팬 긴치마를 입고 차차차를 추며,줄무늬 정장으로는 로큰롤 댄스를,나비넥타이 복장으로는 탱고를,스트립쇼걸풍의 보라색 벨벳옷의 이미숙은 "밤이면 밤마다"를 부르며 "막춤"을 춘다.
또 마지막부분에서는 호랑이무늬 무대복을 한 자매들이 힙합 랩에 팝리듬을 섞은 주제가를 립싱크로 부른다.
뛰어난 솜씨는 아니지만 땀이 밴 연기는 눈길을 충분히 끌 만하다.
그러나 극중 김보성은 "나홀로" 과잉표정으로 다른 인물들과의 하모니를 깨뜨린다.
내러티브의 개연성도 빈약하다.
김거만은 미옥을 향해 구애의 눈길을 던지지만 아무런 결말없이 끝난다.
울랄라씨스터즈의 재기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갑자기 여사장의 선친이 작성한 계약서로 반전되는 구도도 무리가 있다.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았음에도 아버지의 보호하에 있는 "미숙한" 재벌2세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다.
적어도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수준의 메시지는 줘야 옳지 않을까.
4인조가 레슬링에서 뭇매를 맞거나 전국노래자랑에서 탈락하는 등의 실패담들도 원래 의도했던 페이소스(연민의 정)로 연결되지 못하고 그저 하나의 웃음거리에 그치고 말았다.
26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