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미국의 중동 정책에 대한 가장 곤혹스러운 비판은 그것이 국익보다는 미국내 유대인들의 로비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이는 아랍세계에서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유럽 정가에서도 수년동안 은밀히 회자돼 왔다. 이런 주장은 과연 옳을까. 미국에서 유대인 로비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유대인 로비단체 '아메리칸 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AIPAC)는 로비스트 사이에서는 전설로 통한다. 민족적 이익을 위해 로비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유대인들뿐만이 아니다. 모든 소수민족 로비단체들이 그렇게 한다. 그러나 여러 면에서 다른 로비단체들과 유대인들은 다르다. 유대인들은 미국의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2%)보다 훨씬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국내 문제보다는 외교문제,특히 이스라엘에 군사력을 제공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또 미국 언론과 정치권에 많은 협력자들이 포진해 있다. 미국은 유럽에 비해 이스라엘에 훨씬 더 우호적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원조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나라다. 연간 30억달러에 달하는 원조의 3분의2는 군사원조다. 지난 1967년에는 이스라엘의 국방비 지출액이 이집트와 이라크 요르단 시리아의 국방예산을 합친 규모의 절반에도 못미쳤지만 현재는 30%가 더 많다. 그러나 유대인의 로비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로비는 일부에 불과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문화적인 강한 유대감이 없다면 로비는 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은 외교정책을 도덕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뚜렷하다. 유럽은 중동을 경쟁자들의 이해를 관리하고 식민주의의 죄의식을 완화하려는 입장에서 바라보지만 미국은 기본적으로 탐욕스러운 전제군주와 도둑정치의 위협으로부터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섬인 이스라엘을 수호하는 것으로 본다. 또 9·11테러 이후에는 미국의 테러 전쟁에 대한 동맹국과 적대국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미국의 주류인 복음주의 크리스천들도 상당수가 친이스라엘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유대인의 로비가 미국 행정부에 국익에 앞서 소수민족의 이해를 추구하도록 설득해 미국 외교정책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미국 대통령들은 국익이 요구할 경우 단호히 유대인 로비를 뭉개버렸다. 친이스라엘파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AIPAC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 공중조기경보기(AWACS)를 팔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대통령도 지난 1991년 이스라엘이 점령지역에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계속 확대할 경우 미국이 차관보증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을 때 AIPAC의 이의 제기를 완전히 무시했다. AIPAC는 특히 부시 집안과는 껄끄러운 관계를 갖고 있다. 유대인들은 부시 대통령의 부친이 중동문제를 이스라엘의 운명보다는 원유 수급 차원에서 접근했다며 가장 반(反)이스라엘적인 대통령이었다고 평가한다. 부시 대통령은 그의 아버지보다는 이스라엘에 훨씬 동정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동정이 부시를 유대인 로비의 꼭두각시로 만들지는 못한다. 부시는 이스라엘에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의장과 협상하라고 촉구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진정한 슬픔을 갖고 있다고 얘기한다.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지난 1981년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원자폭탄을 만들려던 시도를 분쇄했고 테러 네트워크를 파괴하려고 하는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 ◇이 글은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No schmooze with the Jews'란 제목으로 실린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