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협상 재개 전망] MOU체결후 채권단 합의 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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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훈 한빛은행장이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에 관해 재협상하기 위해 조만간 출국한다.
이에 따라 교착상태에 빠졌던 하이닉스 매각협상이 재개될 전망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18일 "이 행장이 마이크론측 협상팀을 만나기 위해 조만간 출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행장의 이번 출장은 채권금융기관 운영위원회의 공식 대표 자격"이라며 "따라서 지난달 이 행장의 미국 방문 때와는 달리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이날 오전 서면결의를 통해 전체 채권단협의회의 사후 승인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이 행장에게 협상 대표 자격과 MOU(양해각서) 사전체결 권한을 부여했다.
다른 관계자는 채권단의 이같은 움직임이 정부 당국의 강력한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외환은행 대신 한빛은행을 전면에 내세워 조기에 매각작업을 끝내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협상재개 배경="더 이상 방치하면 회사가 망가집니다".한빛은행 관계자는 "MOU를 하루라도 빨리 체결하는 게 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모두에게 유리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매각협상 때문에 신규투자가 중단되고 영업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계속 끌게되면 기업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경제팀 수장이 교체된 것도 변수였다.
전윤철 부총리 체제가 들어선 이후 대우자동차와 하이닉스 처리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문제기업을 최대한 빨리 처리한다는 원칙이 재확인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동안 정부입장은 언제나 "매각"이었다.
또 다시 신규자금을 지원하지 않는한 생존가능성이 없다는 게 정부측 판단이다.
그간의 협상 진행상황=최근 마이크론의 협상팀은 하이닉스 협상을 뒤로 미룬채 도시바와의 협상에 전력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그것도 연간 3~4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하는 미국 도미니언 공장 뿐 아니라 D램사업부 전체(10만장 이상 생산)를 인수하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렸다.
마이크론은 또 채권단이 지원하게 될 12억달러의 신규자금에 대해 여전히 담보나 지급보증을 줄 수 없다고 버텼다.
지적재산권.환경문제등 핵심쟁점에 대해서도 양보가 없었다.
채권단 내부에서도 매각대금 40억달러 중 실제 건질 수 있는 돈이 채권액의 13%인 8억달러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오면서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재협상 전망=정부가 한빛은행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어떻게든 매각한다는 방침이 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체 채권단 동의 없이 이 행장 혼자의 판단으로 MOU를 체결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요구한 것은 어떻게든 타결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 행장이 이번 재협상에서 어떤 내용이든 가시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추론은 이래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MOU는 체결일로부터 4주 이내에 채권단 전체의 동의를 받아야 효력을 발휘한다.
본 계약 때도 마찬가지다.
정부 주도 하에 이뤄지는 강경드라이브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채권단들 사이에서 어떻게 융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성택.김인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