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협상 재개] MOU 체결돼도 채권단 진통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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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훈 한빛은행장이 국내 채권단 대표자격으로 마이크론과의 협상을 위해 급거 출국한 데에는 '정부의 입김'이 상당히 작용했다는게 금융계의 전언이다.
정부는 지난 16일 하이닉스의 주요 채권은행장들을 소집, 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매각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 행장에게 협상권과 양해각서(MOU) 체결권한을 위임하도록 '훈수'까지 뒀다.
이런 정황으로 미뤄 정부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하이닉스 매각을 서둘러 마무리 지으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물론 투신사와 외국계 채권단 등도 정부주도의 매각협상에 반발하고 있어 MOU를 맺는다고 해도 본계약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협상진행 상황 =최근 마이크론의 협상팀은 하이닉스 매각협상을 뒤로 미룬 채 도시바와의 협상에 전력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연간 3만∼4만장의 웨이퍼를 생산하는 미국 도미니언 공장뿐 아니라 도시바의 D램사업 전체(10만장 이상 생산)를 인수하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렸다.
마이크론은 또 채권단이 지원하게 될 15억달러의 신규자금에 대해 여전히 담보나 지급보증을 해줄 수 없다고 버텼다.
지식재산권 환경문제 등 핵심쟁점에 대해서도 양보가 없었다.
채권단이 제시한 수정제안에 대해서도 가타부타 답이 없었다.
이러다 보니 '마이크론이 이번 주말께 협상결렬을 공식 선언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기 시작했다.
협상재개 배경 =더 이상 방치할 경우 매각협상에서 더욱 불리해질 것이란 절박감이 작용했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MOU를 하루라도 빨리 체결하는게 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모두에게 유리하다"며 "매각협상 때문에 신규투자가 중단되고 영업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계속 끌게 되면 기업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크게 작용한 것은 정부의 의지다.
정부는 그동안 '매각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또 다시 신규자금을 지원하지 않는 한 생존가능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전윤철 부총리 체제가 들어선 이후 대우자동차와 하이닉스 처리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문제기업을 최대한 빨리 처리한다는 원칙이 채권단에 전달되면서 이 행장 등이 긴급히 출국하게 됐다.
재협상 전망 =채권단이 이 행장에게 협상권과 MOU 체결권을 위임한 것은 이번 협상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협상에서 이 행장이 일단 MOU를 맺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마이크론이 최근 주가하락 등으로 하이닉스와의 협상에 임하는 태도가 시들해졌다.
이 행장이 MOU를 맺더라도 체결일로부터 4주 이내에 채권단 전체의 동의를 받아야 효력을 발휘하도록 단서를 달 정도로 채권단 내부의 의견도 복잡하다.
하이닉스가 지난 1.4분기중 영업흑자를 내는 등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데 왜 헐값에 팔려고 하느냐는 주주와 일부 여론도 부담이 되고 있다.
김성택.김인식 기자 idntt@hankyung.com